번창하는 한인 시기서 비롯/골 깊은 한­흑갈등의 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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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교포,흑인소녀 살해로 격화/교민들 평소무시도 불만 자극
이번 흑인폭동에서 한인사회가 주 공격대상이 된 것은 지난 몇년동안 계속돼온 한·흑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한·흑갈등에 불을 지른것은 지난해 3월 발생했던 두순자씨(51)사건이다. 로스앤젤레스 남쪽 흑인밀집지역에서 주류상을 경영하던 두여인은 오렌지주스를 훔치려던 흑인소녀 라타샤 할린스양(15)을 권총으로 쏘아 살해했다. 이 사건은 특히 두여인이 뒤돌아서서 가게를 나가려던 할린스양의 등을 쏜 것이어서 더욱 큰 문제가 됐었다.
그후 재판에서 두여인이 집행유예를 받게 되자 흑인들의 과격시위가 발생,한·흑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사건에서 보듯이 한·흑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제공은 흑인들쪽에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두여인사건 후에만도 한인업주 7명이 흑인강도에게 살해됐다.
그러나 한꺼풀 벗겨보면 1백만명으로 양적 팽창을 거듭한 한인 이민사회가 그에 걸맞은 성숙을 이루지 못했다는 데도 갈등의 원인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내 한인들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마치 백인인 것처럼 착각,흑인을 무시하려드는게 사실이다. 흑인들을 상대로 돈을 벌면서도 흑인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흑인밀집지역에 들어있는 가게에 나갈 때도 벤츠등 고급승용차를 몰고가 이웃 주민들에게 위화감을 심는다. 이런 사실때문에 흑인들에게는 한인들이 돈만 챙기고 지역사회에는 전혀 기여를 하지 않는 암적존재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
한인들은 타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에도 인색하다. 미국 흑인들의 현상황,이렇게 된 그들의 역사,이 과정에서 형성된 흑인들의 개인 혹은 집단적 성격 등을 이해하려들지 않는다. 많은 한인들은 가급적이면 미국에서도 한국식으로 살겠다는 고집을 버리지 않는다.
인종관계 전문가들은 아울러 이번에 두드러진 한인들에 대한 흑인들의 공격에 미국의 경제불황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미국에서 줄어드는 빵조각을 차지하기 위한 각 민족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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