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23일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 지나치게 높다'는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의 임금 상승률이 다른 경쟁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올 2월 발표한 '임금 수준 및 생산성 국제 비교' 보고서에서 "한국은 최근 20년(1987~2006년)간 87, 96, 98년을 빼고 매년 생산성을 넘어서는 임금 상승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연구위원은 "중국의 인건비가 한국보다 월등히 낮은 상황에서 이처럼 임금 인상률마저 생산성 증가를 웃돌게 되면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기피해 국내 제조업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대만 기업들의 효율이 높아지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2005년에는 단위 노동비용이 전년 대비 2.2% 감소하는 등 최근 들어서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사업장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또 "최근 국내 기업들의 투자 기피 현상이 가파른 임금 상승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업의 설비.연구개발(R&A) 투자에 의해 생산성이 올라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생산성이 높아진 데 따라 늘어난 이익의 대부분을 임금 인상에 쓰고 나면 기업들은 남는 것이 없어 투자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제조업의 실제 설비투자 증가율은 1991~2000년에는 연평균 8.7%였으나 2001~2006년에는 연평균 2.4%에 그쳤다.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 상승 속도는 대만.홍콩.싱가포르 등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랐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90년 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의 제조업 시간당 평균 임금은 3달러대로 비슷했으나, 2005년에는 한국이 다른 곳의 2배 수준이었다. 한국의 임금 인상률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 1만~2만 달러 시절의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빠른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1995~2005년 국내 제조업의 연평균 시간당 임금 인상률은 8%. 1인당 GNI 1만~2만 달러 기간 중 이보다 인상률이 높았던 곳은 프랑스(9.7%).노르웨이(9.7%). 덴마크(9.0%).스웨덴(9.0%)뿐이다. 하나같이 강한 분배정책을 폈던 나라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김창배 연구원은 "한국은 2005년 1인당 GNI가 1만5830달러여서, 앞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면 1만~2만 달러 사이의 평균 인상률은 8%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