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연 개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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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정부 출연 국학 연구기관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원장 이현재)이 소속 교수 일부의 연구원 개혁 요구로 진통을 겪고 있다.
연구원 소속 교수 10명은 최근 「연구원 개혁에 관한 의견서」를 원장에게 제출, ▲연구 능력이 부족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되는 교수에 대한 징계 ▲보직 교수들의 책임 인식과 사퇴 ▲교수들의 의견 수렴제도 보장 등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의견서에서 "일부 교수들이 교수의 본분인 연구 활동을 게을리 하는 등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태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는 이들을 징계하기보다 보직과 승진을 보장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현 임원진을 전면 재구성하던가 아니면 연구원 개혁을 논의할 임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문제를 제기한 교수들은 이미 지난 3월 수안보에서 열렸던 교수 모임에서 이 원장이 임명했던 보직 교수 일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집중 비난하면서 원장의 조처를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원장이 별다른 가시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자 연대 서명 형식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유광호 기획처장은 "일부 소장 교수들이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있음은 사실이지만 정부 예산을 사용하는 제한 상황에서 여유 있게 운영하기엔 어려움이 없을 수 없다"며 "이 원장이 이미 월말까지 문제를 검토할 위원회 구성을 약속했고 5월17일 후임 원장이 임명되면 인사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3공 말인 79년 출범, 5공 당시까지 국민 정신 교육 기관으로 정부 위탁 연구를 맡았으나 89년 관변 기관의 오명을 씻기 위해 순수 국학 연구원으로 재출발했다. 그러나 89년 이후 정부 예산이 거꾸로 삭감되고 그나마 수년간 거의 늘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거대한 외형을 꾸리기에는 오히려 예산이 줄어든 것과 같은 결과를 빚어왔다.
반면 연구원의 비연구 인력이 연구 인력의 두배에 이르러 임금 부담이 크고 시설이 방대해 유지 비용까지 증대되는 바람에 실제로 교수들에 대한 연구 지원은 매우 영세한 실정이었으며, 이는 자연히 연구 활동의 부진과 연구 인력인 교수들의 불만을 사왔다. 따라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조직의 재정비와 함께 연구소 위상의 재정립과 이에 맞는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한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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