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강한 민족주의 집단적인 죄의식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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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문에 따르면 미 전역의 한인들이 이번 참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모방 범죄 등 각종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시사 주간지 타임은 한국인 대부분이 조씨가 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전형적인 한국인으로 보지 않지만 유난히 강한 민족주의로 집단적인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특유의 '집단적 민족주의' 때문에 개인의 일을 전체의 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한인들은 9.11 테러 이후 이슬람계 미국인들이 겪었던 편견과 어려움을 목격한 터라 자신들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1992년 흑인 폭동 와중에서 2000개 이상의 한인 상점들이 문을 닫아야만 했던 LA 지역에서 심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많은 한인이 술집 출입 등을 삼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인들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빚어질 수 있는 각종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UCLA의 인류학과 박계영 교수는 범인 조승희의 국적이 부각되는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주류 언론에서) 한국인이라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8세 때 미국에 온 조씨가 마치 바로 어제, 또는 지난해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조씨가 정말로 최근에 미국에 왔다면 총기에 익숙지 않아 이번과 같은 참사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사실상 조씨가 정신병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시아계 남성들은 외롭고 사회부적응자가 많다는 선입관이 심화될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서바이벌'이라는 TV 프로에서 우승한 권율 변호사도 자신이 이 리얼리티 쇼에 나간 이유 중 하나가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아시아계 남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더 굳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NYT는 정신질환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또 정신과 치료도 받으려 하지 않는 경향이 아시아계 미국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으며 이 같은 풍조가 이번 사건을 낳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최근 미 국립정신건강연구원(NIMH)의 조사 결과 아시아계는 다른 인종에 비해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비율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렸을 때 이민 온 아시아계가 성인이 돼 입국한 경우보다 정신 질환에 더 많이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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