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화제|K-1TV 대하역사극『삼국기』|삼국통일 중심 민족사 펼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제작비·등장 인물등 드라마 사상 최대규모
『여명의 눈동자』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이에 어깨를 겨룰 TV드라마 대작 한 편이 안방을 찾는다.
KBS 제1TV 대하 역사 드라마『삼국기』가 그것으로 12일 첫선을 보인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50분부터 1시간씩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모두 50부작으로 앞으로 꼬박 1년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여명의 눈동자』가 그랬듯이 이 작품도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아왔다.
인원·물량 동원등 드라마 규모가 방대하고 대작치고는 상당 부분을 미리 만들어 놓은 뒤 방송하는 전작제를 활용한 점이 비슷하다.
다른점이 있다면『여명의 눈동자』는 격동의 현대사 속에 휘말린 인간 군상에 초점을 맞추었고『삼국기』는 고대사의 영웅 호걸에 중점을 두었다는 것이다.
『여명의 눈동자』이후의 선이 굵은 드라마여서 보는 이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삼국 통일을 중심으로 백제·신라·고구려·당·고대 일본의 아스카시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삼국 시대가 무대 배경인 드라마의 특성상 의상·소도구 등을 준비하느라 1년을 보냈고 본격적인 제작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등장 인물들이 묵직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의자왕 역에 길용우, 계백 역에 유동근, 김유신 역에 서인석, 연개소문 역에 조경환 등 무게 있는 연기자들이 얼굴을 내민다.
최상식·안영동PD가 공동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스태프 80여명, 주요 등장 인물 1백여명등 연인원 1만여명과 말 4백여필을 동원, 인원·물량 면에서 TV드라마 사상 초유의 규모를 기록했다.
총 제작비도 TV드라마로는 유례없이 많은 40여억원 수준.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10억원 정도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고증에 신경을 쓰고 극중효과를 살리려다 보니 의상 비용만 10억원이 소요되는 등 경비 초과가 제작진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다행히 회사측에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차원이라면 추가 지원도 마다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제작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여기에는 이 작품을 통해 왕년의 드라마 전성기를 되찾겠다는 KBS의 의지가 담겨있다. 방송 시간을 MBC-TV의 인기드라마『사랑이 뭐길래』와 맞물려 편성해 놓은 것 만 봐도 KBS측이 이 드라마에 얼마나 승부를 걸고 있는지 알만하다. 이른바 맞불 작전인데 KBS와 MBC가 자존심을 건 한판 싸움을 벌이게 됐다.
『삼국기』는 그 동안 드라마에서 다루지 않았던 삼국 시대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댄 것도 그렇고 백제·신라군의 전투 장면·대관령의 설경·그 속에서 펼쳐지는 젊은 남녀의 사랑 묘사 등 화면 구성에서 종래의 구태의연한 제작 방식을 벗어났다는 인상을 준다.
반면 극의 흐름상 규모가 커야할전투장면이나 무대배경등이 보는이의 기대를 충족해 줄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문제는 제작진이 어떻게 시청자의 기대치와 극중의 분위기 등을 제대로 조화시키느냐에 있다.
재미에 연연하지 말고 뼈대있는 역사극을 만들라는 회사측의 주문과 재미를 가미한 역사극을 기대하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제작진이 과연 어떤 역사물을 내놓을지 지켜 볼만한 작품이다. <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