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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회사들의 특징

중앙일보

입력

90년대 초까지 뉴욕은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그래서 뉴욕을 썩어가는 사과로 묘사하기도 했다.

1994년 뉴욕시장이 된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지하철 낙서와 타임스 스퀘어의 성 매매를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한다.

강력범죄가 아니라 사소해 보이는 위반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라웠다.

연간 2200건에 달하던 살인 사건은 1000건 이상 감소했고 시민들은 뉴욕이 살만한 곳이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사소한 것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점점 대담하게 큰 잘못을 저지른다.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캘링은 1982년 3월 월간 '애틀랜틱'에 '깨진 유리창'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한다.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들이 사람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이를 본 사람들은 절도나 문서 훼손, 폭력 등과 같은 강력 범죄에 대한 대비 역시 미비할 것으로 생각하고 마구 행동한다는 내용. 사소한 공권력 무시가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

처음에는 한 두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지만 이를 방치하면 주변이 쓰레기장이 된다. 아무데나 휴지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은 더 이상의 행동도 거리낌없이 한다. 그런 사람을 채용한 조직은 비슷한 패턴으로 망가진다. 그것이 깨진 유리창 법칙이다.
 
이는 사업에도 적용된다. 사소하게 깨진 유리창 하나가 사업을 위험에 몰아넣는 것이다. 100-1 = 99 가 아니라 바로 제로다. 1994년 미국의 K 마트 매장 수는 2323개에 달했다. 2002년 창립 40주년을 맞은 K마트가 법정관리를 요청하며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50개 매장 폐쇄를 결정했을 때 모든 미국인은 충격에 빠진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한다. "K마트의 몰락은 고객서비스 부재와 방만한 경영 때문이다. 광고와 매장 수리 비용의 10분의 1만이라도 직원 교육에 투자했다면 월마트와 같은 고공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성의 없는 고객서비스, 불성실한 최저 가격보장 정책, 이름 뿐인 고객 중심 정책 등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 결과 무너진 것이다.
 
대응미숙도 깨진 유리창이 될 수 있다. 1991년 생수업계 1위인 페리에 (Perrier)는 벤젠이 함유되었다는 보도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그때까지 페리에는 지하에서 천연의 발포성 생수를 채취한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해명 과정에서 실제 생수에 발포 성분 첨가 과정이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가 알게 된 것이다. 미국 수입 생수시장 1위의 페리에는 에비앙에게 자리를 내 주었고 결국 네슬레에 합병되는 운명을 맞았다. 사소해 보이는 실수 하나가 회사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맥도날드의 위기도 그렇다. 맥도날드는 8년 연속 소비자 만족지수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느린 서비스, 미숙한 주문 접수, 부족한 해피밀 장난감 때문이다. 디즈니랜드의 가장 큰 깨진 유리창은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했다. 방문객들이 자리를 예약할 수 있도록 만든 패스트패스(Fast Pass) 제도 도입이 그것이다. 기계에 입장권을 넣으면 예약시간이 찍혀 나오고 고객들은 다른 놀이기구를 먼저 즐긴 후 다시 돌아와 줄을 서지 않고 예약된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것이다.
 
이병철 회장은 공장을 방문할 때 화장실 청결상태, 공장 앞 나무의 건강상태, 사람들 두발 상태 등을 보았다고 한다. 사소해 보이지만 직원에 대한 생각, 조직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길을 막고 장사를 하는 사람은 첫날에는 눈치를 본다. 그러다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으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된다. 일주일 후 누군가 불법주차에 대해 시비를 걸면 오히려 화를 내고 큰 소리를 친다.

학생이 욕을 하고 침을 함부로 뱉고 머리를 지나치게 기르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에는 힐끔 눈치를 본다. 이래도 되는지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에게 시비를 걸지 않으면 이 학생은 자신감을 갖고 더 큰 사고를 치게 되는 것이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다. 처음부터 악을 저지르고 사고를 치는 경우는 없다. 모든 것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것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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