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한·미 외교문제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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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참사 사건을 부적절하게 묘사,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서울신문의 만평.

청와대 대변인 윤승용 홍보수석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서울신문 만평이 (한.미 간에) 외교문제화될 수 있다"며 "불난 집에 부채질할 수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외교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면 외교적으로 좋지 않다"고 당부했다.

문제의 만평은 서울신문 18일자 초판(17일 오후 제작돼 일부 지역만 배달)에 백무현(43)씨가 그렸다.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연단에서 "한방에 33명… 이로써 우리의 총기 기술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이라고 사건을 브리핑하는 모습을 희화화(戱畵化)했다.

이 만평은 이날 오후 10시쯤 긴급히 교체됐다. 18일 오전 배달된 신문에는 '총격 용의자는 한국인…'이라는 TV보도를 보며 한국 국민이 경악한 표정으로 가슴이 뻥 뚫린 채 서 있는 만평으로 바꿨다.

하지만 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첫 번째 만평이 순식간에 전파됐다. 국내외에서 만평에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엔 'Fuckin!!! Korea Newspaper'란 제목이 붙은 문제의 만평이 게시됐으며 이날 오후 8시 현재 1만여 명이 접속했다.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500여 건의 비난 글이 올랐다.

시민들은 특히 만평이 "The life of 33 people killed at a time… Our excellence of the firearm technology was shown again"이란 영문 번역과 함께 해외로 퍼지는 점을 걱정했다. 한 네티즌은 "그 많은 사상자 앞에 어떻게 그런 장난 같은 글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 정말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신문과 백씨는 18일 오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제작 경위를 떠나서 형언할 수 없는 큰 충격과 슬픔을 당한 희생자 유족분들과 교민 여러분, 그리고 독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백무현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잘못된 만평임을 인정하며 저로 인해 교민들이 피해 보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승현.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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