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기지로 동료 구해낸 작은 영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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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대규모 재앙 속에서 두 명의 '작은 영웅' 이야기가 전해지며 미국 사회에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리브레스쿠 버지니아 공대 교수와 공대 4학년생인 자흐 페트케비츠. 그들의 용기와 침착한 대응 덕분에 학생들은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리뷰 리브레스쿠 교수= 이번 총기 난사 사고로 희생된 버지니아 공대 교수이자 선임 연구원. 75세의 고령임에도 범인 조승희씨가 교실로 난입하려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내다 총에 맞아 희생됐다.

1978년 자녀들과 함께 이스라엘로 건너가 명문 텔아비브대학과 하이파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며 항공역학 분야의 권위자가 된 리브레스쿠 교수는 6년 후 미국으로 이사해 버지니아 공대에서 재직중이었다.

학생들을 인용한 미국 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브레스쿠 교수와 학생들은 응용수리학 수업을 하던 중 근처 교실에서 울리는 총격을 들었다. 그 후 조씨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것을 본 리브레스쿠 교수는 자신의 몸으로 교실 문을 막으려 했으나 결국 총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당시 몇몇 학생들은 책상 밑으로 몸을 숨기거나 창문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스라엘에서 리브레스쿠 교수의 참변 소식을 접한 차남 조는 현지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친구들로부터 아버지가 영웅적이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몸으로 문을 막아 교실에 있던 학생들을 구했다는 것이다."

원래 루마니아 거주 유대인이었던 리브레스쿠 교수와 그의 부인이 모두 독일의 유대인 말살 사건인 홀로코스트를 견뎌낸 생존자라는 사실은 그의 희생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역시 버지니아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을 오가며 지내는 차남 외에 리브레스쿠 교수에게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 라아나나에 사는 장남이 있다. 이들은 다음 주 화요일 밤 미국으로 건너가, 자신들의 아버지 시신을 이스라엘로 옮겨 매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홀로코스트(Holocaust)=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약 600만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생 자흐 페트케비츠= 버지니아 공대 4학년생. 그는 교실 안에 바리케이드를 쳐 11명의 목숨을 구했다.

CNN 보도에 따르면 그는 버지니아 공대 '노리스 홀'의 한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있던 중 복도에서 비명 소리를 들었다. 교실 문을 열고 밖을 쳐다본 학생들은 조승희가 총을 아래로 내린 채 다른 교실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페트케비츠는 이때 '바리케이드'를 치자고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그들은 교실안에 있던 테이블을 옮겨 문을 막았고 조승희는 교실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힘싸움에서 밀려 문을 열 수 없었던 조승희는 문에 대고 총을 두 번 쏜 뒤 다른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다.

학생들은 페트케비츠를 '영웅'이라 부르지만 그는 인터뷰에서 "난 그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기쁘다"며 겸손한 말을 전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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