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잠재우지 못한 최 국방 발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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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군부재자 투표부정시비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결과는 녹음테이프가 제시된 방공포사령관의 정신교육내용 일부를 제외하고는 부정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의 고심과 진통은 일면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국방부로서는 지휘관들의 명예와 사기,또 이 문제가 불러 일으킬 정치적·사회적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든 이번 수사결과 발표로 국민의 의혹이 씻어졌다고 볼 수는 없으며,문제가 가라앉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지난 시대에 부정투표를 한 경험을 갖고 있고,적지않은 지역에서의 부재자 투표결과가 전체 투표결과와 판이한 양상을 보여주었으며,이지문 중위의 폭로내용이나 그 뒤의 잇따른 제보내용은 사실무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구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제보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여당지지를 요구하는 정신교육과 지휘관의 암시등 불공정한 행위가 설사 상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행해지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비단 9사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군내에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여전히 지울길이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많은 국민의 의혹을 씻어주기 위해서는 이번 발표에서 약속한대로 이지문 중위의 폭로내용 이외의 수많은 제보들에 대해서는 보다 철저한 수사를 벌여 그 자세한 결과를 밝혀줄 것을 기대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군인으로서의 길을 충실히 걸어가고 있는 많은 군장병들의 명예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번 수사결과를 보면서 사실여부문제를 떠나 앞으로는 군이 이러한 시비에 말려들지 않게 하는 외부의 보장과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절감한다. 군은 부재자투표에서의 부정을 사실상 전면 부인했지만 이미 이로 해서 깊은 상처를 입었고 민주화시대에 있어서 새로운 군으로 발돋움 하려한 그동안의 몇가지 노력도 결과적으로 빛을 잃고 말았다.
이런 불행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부재자 투표제도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군의 정치적 지원을 기대하는 정치권의 입김을 차단시켜야 한다. 지난 광역선거때 군부재자 투표에서 야당표가 많이 나오자 상부에서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런 정치권의 입김과 이에 영합하려는 일부 지휘관들의 출세주의가 문제를 빚어내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방부대 투표에 대한 선관위의 참관,후방부대 장병의 영외투표를 국방부장관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개선을 막는 문제는 없어졌다고 본다. 다만 장관 사견으로 밝힌 것이지만 사병의 선거권 유보발상은 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견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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