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홀 연속 칩인 '박씨' '흥부' 위클리 첫 우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퍼팅에서 망했다가 치핑으로 살아났다.

부 위클리(미국)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 아일랜드에서 막을 내린 PGA 투어 버라이즌 헤리티지에서 우승했다. 4라운드 3언더파, 합계 14언더파의 역전우승이다.

위클리는 지난달 혼다 클래식에서 골프 역사에 남을 퍼팅 실수를 했다. 생애 첫 우승을 눈앞에 둔 마지막 홀에서 90㎝짜리 파 퍼트를 놓쳐 연장에 끌려갔고 연장에서도 짧은 퍼트를 번번이 놓쳐 무릎을 꿇었다. 퍼터를 바라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던 그의 모습이 아직 선명하다.

이번엔 치핑이 그를 살렸다. 거물 어니 엘스(남아공)에 두 타 차의 불안한 선두를 달리던 그는 17번 홀(파3)에서 두 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보기나 더블보기를 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핀도 보이지 않는 경사지에서 친 12m짜리 칩샷이 그대로 홀에 빨려들어갔다. 18번 홀(파 4)에서도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똑같은 위기를 맞았으나 러프에서 친 10m짜리 칩샷이 역시 홀인, 파를 지켜내면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이 걸린 중요한 홀에서 두 차례의 칩샷이 연속 들어간 것은 쇼트게임 능력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 위클리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58도 웨지에 입을 맞췄고, 1타 차 준우승에 머문 엘스는 "다시 보기 싫은 장면"이라고 말했다.

위클리의 기적엔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한 달 전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위클리는 동반 플레이어의 공이 깃대를 향해 구르자 얼른 깃대를 빼줬다. 그린에서의 퍼팅이 깃대에 맞으면 2벌타를 받기 때문에 동료를 도와주려고 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반 플레이어가 요청하지 않으면 깃대를 뺄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어서 오히려 2벌타를 받고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위클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며 동료와 골프를 탓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비 다리를 고쳐준 흥부처럼 97만 달러의 상금과 메이저대회 출전권이라는 선물을 얻었다.

한편 4라운드를 1타 차 공동 2위로 출발한 나상욱(코브라)은 이날 2오버파를 쳐 합계 10언더파로 공동 4위에 머물렀다.

성호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