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장엔 불황이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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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반적인 소비불황 속에서도 명품 시장은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과소비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지만, 희소성 있는 명품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거나 과시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유통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올 3월 주요 3개 백화점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1%로, 2월(4.7%)은 물론 지난해 3월(6.3%)에 비해서도 낮아졌다. 하지만 명품 부문의 매출 증가율은 16.1%로 다른 부문을 압도했다.

명품 판매액은 지난해 2월 26.6%의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8월과 10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두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명품을 제외한 백화점의 부문별 매출 증가율은 잡화(9.7%), 아동.스포츠용품(6.9%)이 비교적 양호했을 뿐 식품.가정용품.남성의류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명품에 대한 관심은 2월 문을 연 신세계 본점 명품관(본관) 매출에서도 확인된다. 개점 이후 3월 말까지 명품관 매출은 111억원으로 당초 목표를 24%나 넘겼다.

신세계 명품관 개점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의 3월 매출도 1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나 늘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신세계 강남점, 갤러리아 압구정점 등 강남지역 백화점의 명품 매출도 별 영향 없이 순항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 1분기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의 명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5% 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명품 경기 호조로 명품 수입업체들은 매출과 이익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루이뷔통 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1213억원으로 2004년(586억원)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순익도 지난해 79억원으로 2005년(41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페라가모코리아와 한국로렉스도 최근 수년간 연 10% 내외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면세점과 백화점.전문매장을 합쳐 국내에서 연 1000억원 정도가 팔리고 있는 에르메스도 꾸준한 추세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명품 열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 부진의 돌파구를 명품 시장에서 찾고 있다. 신세계유통산업 연구소 노은정 부장은 "6월 문을 여는 경기도 여주의 프리미엄 아웃렛 등 다양한 유통경로가 생기면 명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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