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심심풀이” 억대화투(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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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마장에서 만나 심심풀이로 화투를 친것 뿐인데 도박은 무슨 도박입니까.』
29일 오후 8시 서울지하철 범죄수사대 조사실.
서울 보광동 이모씨(45·여)의 속칭 「하우스」에서 16일간 4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혀 들어온 11명의 남녀는 자신들이 전문적인 도박단이 아님을 애써 강조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4∼5년전부터 경마장에 출입하면서 서로 낯을 익힌 인연으로 경마가 없는 날에는 이씨의 집 등지를 옮겨다니면서 화투판을 벌여온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가구라곤 냉장고와 침대밖에 없는 집,그리고 방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있는 담배꽁초와 각성제 등….
『초저녁부터 시작해 약을 먹으면서 밤새워 도박을 하느라 경찰이 덮쳐도 처음에는 그저 멀뚱멀뚱한 표정뿐이더군요.』
담당형사는 도박현장의 「광기」어린 광경을 설명해 주었다. 남자들 사이에 끼어 있는 여자 4명은 모두 도박과 연관돼 이혼을 했거나 아예 혼기를 놓친 경우였다.
『살만 했었는데 그만 뒤늦게 시작한 도박에 재미가 들어서….』
이들중 도박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다는 이모씨(40·여)는 남편과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마련한 집도 도박으로 날려버리고 국민학생인 아들과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우리같은 사람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경마장에서 한번에 몇천만원씩 벌어들이고 날리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10여년전 도박때문에 헤어진 남편과 아들 얼굴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면서도 도박장 주인 이씨는 자신들의 행위가 도박이 아닌 심심풀이에 불과하다고 억지를 쓰고 있었다.<유광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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