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 최고위 싸고 미·일 “스포츠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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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인 고니시키 충분한 자격 규비/“외국인에게 줄 수 없다” 일 불인정
미국과 일본 사이에 정치 및 무역마찰에 이어 이번에는 스포츠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일본씨름 스모현에 뛰어들어 돌풍을 일으켜온 하와이출신의 일본계 미국인 고니시키(소금·28)선수가 지난 22일 끝난 올봄 토너먼트(일 대회명 춘장소)에서 우승,지금까지 통산 세번의 토너먼트 우승을 차지해 일 스모선수의 최고품계자리인 「요코즈나」(횡강)에 오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일 스모협회가 이를 인정하지않고 있는 것이다.
일본 스모협회는 성적만으로 보면 고니시키가 요코즈나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기량·매너·정신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고니시키는 요코즈나가 될 「품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스모협회가 주관적 판단기준인 품성을 문제삼아 고니시키에 요코즈나 자격을 주지 않으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며 실은 그가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고니시키측의 주장이다.
2천년 역사의 스모를 「일본인의 혼」으로 생각,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인들이 스모의 최고위를 「외국인」에게 넘긴다는 것은 하나의 치욕이 아닐 수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스모계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미국은 고니시키가 마치 일본의 무역장벽처럼 일본사회의 「구조적 방해물」에 의한 또 하나의 희생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체중이 무력 2백60㎏을 초과,「덤프트럭」이라는 별명이 붙은 고니시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그의 스모경기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미국인의 자존심에 해당되는 인물인만큼 그의 요코즈나 등극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 미·일간에 또 하나의 분쟁거리가 될 전망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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