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극복에 모두 나서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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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제는 총선으로 들떴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선거의 소용돌이 속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경제에 눈을 돌릴 때다. 자칫하면 선거후유증의 뒤치다꺼리와 대통령선거의 때이른 준비과정에서 일어날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국민들과 정치권,그리고 정부가 경제의 당면문제들을 계속 소홀히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더구나 여당의 안정의석 확보 실패로 인한 정치불안이 곧바로 경제불안을 한층 심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예상마저 나돌고 있다.
이번 선거기간에 뿌려진 뭉칫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선거철에 남발된 선심공약들의 후유증도 시차를 두고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거의 경제적 부담은 지금부터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고 말할 수 있다.
선거는 경제악화의 새로운 원인을 제공한다는 측면보다 이미 극도로 깊어진 경제난의 치유에 쏟아야할 국가적 에너지를 잠식한다는 측면에서 더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선거가 끝난 이상 모든 역량은 경제회복 쪽으로 즉각 되돌려져야 마땅하다.
산업생산과 출하가 작년 10월부터 연속 내리막길로 치닫는 가운데 기업부도가 속출하고 있으며 수출활동에 점점 기운이 빠지면서 올들어 두달동안에만 무역적자가 30억달러를 넘어섰다.
기업자금수요가 크게 늘어난 4월을 앞두고 기업도산방지와 물가고삐잡기중 어느 쪽에 더 정책적 비중을 둬야 하며,또 눈앞에 다가온 봄철 노사교섭과정의 진통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하루도 미룰 수 없는 이 문제들은 정부와 업계와 정계가 전심전력을 기울여도 풀어 나가기 어려운 것들이다.
산적한 경제현안들을 일관성있게 다뤄 나가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정치바람에 휘말려드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관성대로 정부가 대통령선거때도 역시 흔들릴 것이라는 예측이 모든 경제주체들의 생각을 지배할 때 정부가 공언한 경제정책이 기업들과 국민들의 협력을 얻기는 어렵다. 경제정책이 정치적 입김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독자성 확보야말로 대형선거와 경제난이 겹친 금년에 꼭 이룩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정부와 정계의 고위층에 줄을 대지 않고도 마음놓고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정경분리의 사회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는 대기업을 기반으로 한 정당의 출현으로 기업의 이해관계가 배후정치세력과의 관계에 의해 좌우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재계 일각에서 감돌고 있다.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보다 정치권력의 호의에 의존하는 것이 기업번영에 훨씬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산업경쟁력 강화의 기초 토대조차 마련할 수 없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정치바람에 대한 면역을 강화시켜 나가자면 무엇보다 정치권력의 행동양식에 일대 개혁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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