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재자 투표-제도상 보완 대책 세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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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이지문 중위의 「군부재자 투표부정」폭로는 대부분 허위였음이 밝혀졌다고 국방부가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 중위 소속 부대장들이 신문사를 명예 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정정 보도 신청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신속한 발표와 대응조치에도 불구하고 군부재자 투표의 공정성 보장에 대한 일반의 의구심이 완전치 가신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불필요한 오해가 없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행 군부재자 투표는 일반 투표 절차와 달리 투표 참관 등의 감시 체계가 허술하다는 점에서 절차상 구조적 취약점을 안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법 시행령에 따르면 투표구마다 각 후보자가 선정한 12명의 투표 참관인단이 투표 용지 교부 및 투표 상황을 지켜보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부재자 투표의 경우 별도의 투표 참관 규정이 없어 일방 투표 절차와는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
군 부재자 투표와 관련, 그 동안 끊임없는 시비의 대상이 돼왔던 것도 바로 이 같은 투표참관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만약 현행 제도를 그대로 고수할 경우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방부를 비롯한 일부 군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이 더 이상 부재자 투표 부정 시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현행 영내로 제한돼 있는 투표소를 아예 부대밖에 설치해 교대로 투표하게 하고 민간인 참관인을 매일 교체, 부대의 상황·병력 규모를 측정할 수 없게 함으로써 군 부재자 투표의 공명성과 군의 기밀보지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견해가 군내에 보편적으로 확산돼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88년 당시 군부재자 투표와 관련, 「공명성」과 군의 「기밀보지」를 놓고 여야가 심한 격돌을 벌인 끝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군 당국도 작년부터 나름대로 자체 참관인제를 도입, 공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나 엄밀한 의미에서 여야 참관인이 배제된 상태 하에서의 투표는 그 공명 여부와 관계없이 객관성 있는 선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선거 제도의 일반논리다.
군 부재자 투표와 관련,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른바 지휘관의 정신 교육이다. 대부분의 지휘관들은 투표율 제고와 올바른 선거 방법 지도를 위해 정신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지만 전체 병사의 90%이상이 고졸 이상의 학력 소지자고 일정한 공간에 통제돼있는 병사들이 기권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볼 때 지휘관의 선거전 정신 교육은 불필요한 노파심이라는 지적이다. 정치적 중립과 군 본연의 위상 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군의 입장에서 부재자 투표를 둘러싼 오해의 소지를 서둘러 없애야 할 것이다. <김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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