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계열주 폭락 거듭 혼조/총선전날 주가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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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기관들 매물 쏟아 하락유도설/약세 보이던 대우는 강세 반전
○…총선을 하루 앞둔 23일 주식시장은 정국만큼이나 어수선하고 혼미스러운 장세를 보였다. 증권당국은 아예 내놓고 총선전 주가 떠받치기에 나섰다. 지난 주말 급등하던 현대 계열사의 주가는 이날 갑자기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자 시장에는 당국이 투신등 기관들로 하여금 현대계열사 주식을 대량 매물로 내놓아 현대계열사의 주가하락을 꾀했다는 설이 강하게 퍼졌다.
주식시장을 놓고 벌이는 당국과 현대그룹의 이같은 치졸한 신경전으로 애꿎은 투자자들만 골탕을 먹고있다.
○…재무부는 23일 갑자기 연금·기금의 여유자금을 앞으로 주식투자에 활용토록 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경제기획원은 『아직 사전협의도 거치지 않은것이며,시행되지도 않은 기금관리기본법을 개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반응을 보여 당국이 주가떠받치기에 급급한 나머지 서둘러 발표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증권당국은 이미 ▲두달여만에 증시안정기금의 시장개입 ▲기관투자가에 대한 매도자제 요청 ▲증권사의 주식매입 결의 ▲외국인투자자 범위확대 ▲투신사의 신규 주식형 수익증권 발매허용 ▲외국인 투자전용회사에 대한 증자허용과 같은 증시안정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었다.
○…23일 현대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오전장 초반 동시호가때만해도 지난 20,21일에 이어 초강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오전 10시가 넘어서면서 갑자기 오름세가 꺾였다. 이후 현대계열사의 주가는 종목에 따라 오르내림이 엇갈리는 혼조세를 보였다.
이날 시장에는 오전 10시무렵 투신에서 현대자동차·현대종합목재 등 현대계열사 주식을 포함,30만∼40만주의 매물을 갑자기 내놓아 현대계열사의 주가하락을 이끌었다는 설이 퍼졌다.
○…이날 증시는 국민당과 현대그룹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현대건설은 종가가 21일보다 2백원 오른 상태에서 85만3천7백90주가 거래돼 거래량 1위종목으로 부상했다. 현대그룹 주가는 지난 20일 전체 상장 19개 종목중 16개종목이,21일에는 15개 종목이 무더기로 상한가를 기록하는 초강세를 보였었다.
한편 지난 21일 약세를 보였던 대우그룹 계열사의 주가는 23일 강세로 반전,대조를 이뤘다. 대우그룹은 최근 김우중 회장이 현대그룹의 정치참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는등 현대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
○…증권가에는 최근의 현대그룹 계열사 주가오름세 움직임을 두고 ▲현대그룹이 총선을 겨냥,국민당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주가를 관리한다는 설 ▲그동안 크게 하락한데 대한 반발매수세 형성 및 국민당의 총선 선전을 기대해 미리 사두자는 전략(선취매) ▲33억달러에 이른다는 현대건설의 태국아파트건설공사 수주발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돌고 있다.
한편 증권거래소는 23일 오후 현대건설측에 태국공사 수주건에 대해 증권거래소를 통해 공시토록 요청했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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