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경의 태평양증권 인수자금 2백80억 출처불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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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은감원/“계열사 돈일땐 즉각 회수”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지난해말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때 썼던 개인돈 5백71억원중 2백80억원의 출처가 불분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은행감독원은 이 자금의 일부가 최회장 개인돈이 아닌 선경그룹 계열사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여신관리 규정에 따라 ▲해당 계열사로 하여금 즉각 자금을 회수토록 하는 동시에 ▲회사측에 여섯달동안 신규투자 및 부동산투자를 못하게 하며 ▲해당금액에 대해 1년간 연체이자(21%)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24일 선경그룹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회장은 지난해 12월18일 럭키증권 본사 영업부를 통해 2백80억원어치의 양도성예금증서(CD)와 산업금융채권을 동양투자금융과 외국계인 비티씨은행으로부터 샀다가 당일 바로 되팔았다. 최회장은 이 과정에서 1천3백여만원의 수수료를 동양투자금융과 비티씨은행 몫까지 모두 부담,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최회장이 태평양 증권 인수대금중 출처를 밝히기 곤란한 이 자금에 「합법적인 출생증명서」를 떼주기 위해 이른바 「자금세탁」의 방법을 쓴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자금이나 최회장의 민수자금중 또다른 일부가 당초 주장과는 달리 최회장의 개인돈이 아니라 그룹의 비자금이나 열사의 자금 등 비정상적인 돈일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선경그룹 관계자는 『최회장의 이날 거래사실은 맞고 이자금이 태평양증권 인수자금에 쓰였다』며 『최회장의 인수자금은 모두 개인돈으로 보유채권 및 부동산매각자금과 배당금·예금 등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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