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월요일「무의탁」돌보기 3년 돈·일손 달려 환자 못 받을 땐 답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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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자원봉사자라고 불리지만 알고 보면 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워요. 이곳은 오히려 제게 고마운 학교인 셈이죠.』
매주 월요일이면 길음동 성가녹지병원으로 출근해 환자들의 침대시트를 갈아주는 송영석씨(42)는 이 허드렛일을 오로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3년째 해오고 있다. 그는 오히려 매월 10만원이나 되는 적잖은 후원금까지 꼬박꼬박 내고 있기도 하다.
의사·간호사는 물론 청소부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까지도 모두 자원봉사자들인 성가복지병원은 무의탁 환자를 위해 성가소비녀회라는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무료병원으로 각지의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푼푼의 후원금과 수녀회에서 생활비를 절약해 보내오는 지원금이 이곳 운영자금의 출처다.
이 병원이 개원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이 잡역부(?)노릇을 자청하게 되었다는 송씨는 왕십리에서 제법 큰 갈비집을 경영하는 사장님이기도 한데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는 말로 자원동기를 실명한다.
그는 2, 3명의 다른 봉사자와 함께 60여명 환자들의 시트를 새것으로 갈아주고 오후에는 환자를 목욕시키거나 대소변을 거드는데 처음 몇 개월은 비위가 상해 식사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고 말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다 병들고 지친 사람, 사업에 실패해 가족에게까지 버림받은 사람 등 이곳의 환자들을 통해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과 삶의 심한 굴곡을 보게 되었다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서로 의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항상 밝은 얼굴로 어떤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수녀님과 다른 봉사자들, 그리고 그 마음 변치 말라며 격려해주는 아내가 월요일이면 변함없이 그를 다시 병원으로 불러내는 자력인 것 같단다.
안타까운 것은 병원 7층이 비어있는데도 자금과 일손이 부족해 찾아오는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것이지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라는 그는 충동적인 일시적 동정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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