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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근의대선표심읽기] 한나라 대 비한나라 대전은 '대선 모의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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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에서 둘째)이 강재섭 대표(左), 강창희 최고위원(右)과 15일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세장을 찾아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왼쪽에서 둘째)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대전=오종택 기자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공약으로 충청도 표심을 흔들었다. 충청 승리는 노 후보 당선의 견인차였다. 충청도는 전국 선거에서 쟁탈의 요처다. 이번 4.25 재.보선에서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양대 진영이 충청 심장부를 놓고 다시 한판 붙었다.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예비후보가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대전 서구을 선거구도는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올해 말 예상되는 대선구도와 같다. 대선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 주말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재선 후보 31.4%,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33.1%, 한국사회당 김윤기 후보 1.9%로 1, 2위 두 후보가 오차 범위에서 접전 중이다.

조사결과를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저연령층에선 이재선 후보 우세, 고연령층에선 심대평 후보 우세다. 고연령층의 높은 투표율을 감안하면 심 후보가 유리하다. '투표 확실' 유권자 층에서는 심 후보가 이 후보를 9.1%포인트 앞선다. '인물' 면에서도 18.6% 대 47.4%로 심 후보 편이다. 이 정도면 여론조사로는 심 후보 우세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결론 내리기를 망설인다. 대다수가 '막판까지 가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해 5월 지방선거 때 "대전은요?" 한마디로 대전시장 선거의 향방을 결정지었다. 그동안 박 전 대표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선거 불패'라는 앰풀 주사를 맞으며 지지율이 급등했었다. 그 때문인지 이번 4월을 지지율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며 선거운동 첫날부터 지역구를 누비고 있다.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지원도 만만치 않다. 인도에서 귀국하자마자 대전으로 달려갔다. 게다가 대전의 여당은 한나라당이다. 시장, 구청장, 시.도의회 의원까지 한나라당 일색이다. 조직전이 영향을 줄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질 수 없는 선거다.

대전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中)가 류근찬(左).정진석 의원과 함께 15일 둔산대공원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대전=오종택 기자

심 후보 측은 지난해 타계한 이 지역 구논회 전 의원 진영, 염홍철 전 대전시장, 출마를 포기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후보 등의 지지를 끌어내며 맞불 작전을 펴고 있다. 인물 우세를 배경으로 '충청의 자존심'에 호소하고 있다.

범여권으로서는 이 지역 선거가 한나라당에 맞서는 '선거 연합'의 실험대라 할 수 있다. 마치 신제품의 전국 출시에 앞서 사전 테스트하는 격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범여권의 대선을 향한 통합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대전 서구 을 선거야말로 단순한 지역선거가 아닌 전국 선거라 해야 옳다.

안부근 여론조사전문기관 디오피니언 소장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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