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eek& 건강] 긴긴 12월 오! 酒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7면

두주불사(斗酒不辭)에서 후래자삼배(後來者三杯)까지. 술에 관해 우리처럼 호방하고 너그러운 풍속을 지닌 민족도 드물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인당 알코올 소비량도 슬로베니아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음주 대국'이다. 그러나 술에 찌든 간 때문에 중년 남성 사망률 세계 1위란 부끄러운 기록도 동시에 갖고 있다. 송년회 등 술모임이 잦은 연말이다. 건강을 지키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본다.

1. 술은 물로 다스려라

술을 많이 마시면 수분이 보충될 것 같지만 실제론 반대다. 알코올이 소변 형태로 세포의 물을 바깥으로 끌어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술을 많이 마실수록 탈수 증세에 빠진다. 과음 후 소변이 마렵고 목이 마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은 두 가지 용도를 지닌다. 첫째, 같은 양의 술이라도 덜 취하게 만든다. 혈액 중 알코올 농도를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부득이한 술자리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음주 전후 가능하면 많은 물을 마시도록 한다. 둘째, 숙취 해소에 좋다. 탈수 현상을 막고 숙취를 유발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유해작용을 희석시키기 때문이다.

2. 섞어 마시지 말자

술은 가능하면 한 종류만 마시는 것이 좋다. 섞어 마시면 주종마다 다른 물질이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켜 숙취를 유발한다. 술의 종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능하면 발효주보다 증류주가 좋다. 증류주도 물과 알코올 외에 다른 성분이 섞이지 않은 것일수록 숙취를 덜 일으킨다.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지는 최근 주종별로 숙취 발생을 비교한 결과 '보드카와 진이 숙취를 덜 일으킨다'고 밝혔다. 같은 알코올 함량이라면 포도주가 가장 숙취를 잘 일으킨다. 포도주보다는 막걸리나 청주 등 곡주, 곡주보다는 맥주, 맥주보다는 위스키, 위스키보다는 소주가 좋다. 폭탄주는 일부러 빨리 취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건강에 좋지 않으므로 삼가야 한다.

3. 휴간일을 갖자

취하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간은 취하고 취하지 않고를 떠나 마신 술의 알코올은 모두 분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량이 소주 한병인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한꺼번에 두병을 마시고 취한 뒤 3일 동안 술을 마시지 않고 간을 보호하는 것이 하루 3분의 2병씩 4일을 마시면서 취하지 않고 지내는 것보다 낫다. 비록 취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간이 처리해야 할 알코올 양은 후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과음 후엔 반드시 3일 이상 간이 쉴 수 있도록 휴간일(休肝日)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주량을 알자

자주 필름이 끊겨 고민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주량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주량이란 단순히 의식을 잃지 않고 억지로 버틸 수 있는 술의 양이 아니라 음주운전이나 난폭한 행동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기분좋게 취할 수 있는 양이다. 주량을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뇌의 제어기능이 마비돼 술이 술을 마시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자신은 물론 상대방도 주량을 인정해주고 술을 강권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

5. 다음날 아침이 중요하다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무렵 술에서 깨어날 땐 반사적으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평소보다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추운 겨울 아침 외출할 경우 더욱 위험하다. 평소 혈압이 높고 동맥경화가 있는 중년 남성이라면 과음 후 다음날 아침 몸 관리에 주의해야 한다. 아침 운동이나 외출은 삼가고 보온에 신경써야 하며 해장술이나 찌개 등 짠 음식의 섭취를 삼가야 한다.

6. 숙취해소엔 당분이 좋다

숙취로 머리가 아프고 몸이 찌뿌듯할 땐 꿀물 등 당분이 도움이 된다. 당분은 과음으로 과부하가 걸려 삐걱거리는 신진대사 톱니바퀴를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한다. 알코올로 찌든 뇌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활용되고 머리도 맑게 해준다. 꿀물이 없다면 사탕이나 초콜릿도 도움이 된다.

7. 기름진 안주는 피한다

삼겹살 등 기름진 육류를 안주로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장 속 지방은 알코올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덜 취해 편할 수 있지만 마신 술은 결국 간이 해결해야 하므로 부담이 된다. 게다가 술과 함께 먹은 음식은 가장 늦게 대사되는 탓에 고스란히 뱃살로 저장되기도 한다. 과음시 안주는 열량이 적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 안주가 적당하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사진=변선구 기자

도움말 주신 분=김정룡 전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박승철 고려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