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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옛날 금강산 정양사에 있을때는 다같이 젊었는데/십년만에 만난 얼굴 모두 가을빛이구나/덧없는 인생은 구름비라,바람따라 지나가고/도를 닦는 일은 허공꽃이라,손대기조차 어려워라/골짜기의 삼천 개울은 흰 비단을 펼쳤고/하늘끝의 만이천봉,옥을 세워 놓았다/솔꽃과 연꽃잎은 예와 다름없는데/금강산에 누워 가장 한가 하구나.』
조선조때의 고승 편양선사가 금강산 정양사의 경잠스님을 찾아가 만나고 읊었던 선시다.
금강산과 백두산은 예부터 세상에 널리 알려진 천하명산­. 그 자연경관의 수려함과 유서깊은 명찰들을 찬탄한 유생과 승려들의 시문이 많이 전해온다.
무려 3천 구절에 달하는 오언의 장시인 율곡 이이의 「풍악행」은 대표적인 금강산 기행문의 하나다. 19세기말 개화기 이후에는 민족적 자각과 함께 이 세계적인 두 명승지를 예찬하는 글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다.
금강산은 중국 사람들까지도 한번 구경하고 죽기를 소망한 절경의 명승지.
흔히 1만2천봉이라 불리는 각양각색의 기암절벽과 연못·폭포 등이 절경을 이루며 철따라 펼쳐지는 화려한 경치­. 또 승려라면 일생에 한번은 꼭 가서 한철 수행을 하고와야 고승반열에 오를 수 있다던 득도도량 유점사와 마사연도 금강산에 있다. 해방직전까지만해도 금강산에는 1백8개의 절이 있었다.
명경대·만폭동·비로봉·십이폭·만물상·마사연 등의 금강산 명소들 이름만 들어도 금시 달려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민족의 영산으로 받드는 백두산에 대한 동경 역시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절실하다.
조국분단으로 50년 가까이 꿈으로만 간직돼 왔던 한이 이제야 풀리려나 보다.
북한이 남한사람들에게도 5월부터 금강산과 백두산 관광을 허용하겠다는 소식이다. 우리 통일원측도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 한다.
금상첨화로 관광에 가족상봉까지 가능할 것 같다니 더없이 반갑기만 하다. 정치적 통일도 관광통일처럼 성큼 다가왔으면 얼마나 좋을까.<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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