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냉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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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차대전이후 동서진영의 갈등을 표현한 가장 대표적인 용어는 아마도 「냉전」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이 냉전이란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7년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월터 리프먼이 그의 논문표제로 사용한데서 비롯되었다.
냉전은 일반적으로 2차대전이후 양극으로 치닫는 공산주의 진영과 자유민주진영간의 정치·외교 및 이념적 갈등과 군사적 위협의 잠재적 권력투쟁을 뜻한다.
말하자면 냉전은 열전과 대조되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쟁,일종의 신경전인 셈이다.
정치학자들은 전후의 냉전체제를 편의상 다음 6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제1기는 냉전의 개시선언기(45∼47년) 제2기는 격화기(47∼49년) 제3기는 확대기(49∼53년) 제4기는 긴장완화 발아기(53∼62년) 제5기는 양극화체제를 바탕으로 한 평화공존기(62∼70년) 제6기는 다극화체제를 바탕으로한 평화공존적 긴장완화기(70년 이후).
그러나 이 동서진영간의 냉전사는 지난 89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고 뒤이어 소련과 동구에 자유의 바람이 휘몰아침으로써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또다른 냉전시대가 서서히 개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무역마찰로 인한 미국·일본·유럽간의 냉전이다.
최근 중국 공산당은 국제문제 보도지침을 시달하는 가운데 공동의 적(구소련)을 잃은 미·일·유럽간의 대립을 「새로운 냉전」으로 규정,『하나의 냉전이 끝나고 두개의 냉전이 시작되었다』고 표현해 주목을 끌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미일관계를 지켜보면 냉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심각하다. 2차대전이후 「최악」의 상태에 이르고 있는 두나라의 관계는 「구냉전」 종식으로 안보상의 협조가 필요없게 되었는데다가 끝없는 무역마찰,거기에 선거까지 겹쳐 더욱 증폭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워싱턴 포스트신문은 과거의 두 나라 지도자는 마찰을 무마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의 두나라 지도자는 선거를 의식,오히려 국민감정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리더십의 위기」를 개탄했다. 이 리더십의 부재가 정말 또 하나의 냉전을 잉태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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