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는 사회 좀먹는 아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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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불정책은 대학 발전을 가로막는 '암초'라고 비난했던 서울대 장호완(지구환경과학과 교수.사진) 장기발전위원회 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3불은 대학입시에서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장 위원장은 11일 "경쟁 없이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노 대통령이 교육 문제에 대해선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관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 8일 교육방송(EBS)을 통해 "3불을 방어하지 못하면 교육 위기가 올 수 있어 절대 폐지할 수 없다"고 강조한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다음은 장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노 대통령이 3불이 깨지면 교육 위기가 온다고 했다.

"지금의 교육 위기는 왜 보지 못하는지 궁금하다. 평준화는 사회를 좀먹는 아편과 같은 무책임한 교육정책이다. 당장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경쟁하며 살아야 할 학생과 국민에게는 좌절과 절망을 안겨주는 왜곡된 평등정책이다."

-대통령의 잘못된 교육관이 뭔가.

"획일적 평등주의가 하향 평준화를 가져왔는데 상향 평준화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 후진국인 동남아 지역에까지 조기유학을 갈 수밖에 없는 공교육의 파탄 등 교육 위기를 직시해야 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관이라는 지적은.

"교육과정에서는 개인 능력 차가 생기고 이를 평가에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교육 기준이다. 이러한 기준을 살려 교육정책 방향을 규제에서 자율로 바꿔야 한다. 특히 FTA 무한경쟁 시대에는 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교육정책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교육 선진국에 종속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이 입시에만 치중한다고 했다.

"월드컵 대표에 왜 가장 재능 있는 선수를 뽑으려 하는지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육체적 재능도 선별하는데 정신적 재능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창의성이 뛰어난 젊은이들을 썩히지 않는 게 우리 모두의 미래를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

-평준화로 저소득층에 기회가 많아졌다는데.

"억지다.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다. 잘하고 못하는 교사를 평가하고 구분하는 제도가 없는 공교육이었기에 누가 신바람나게 교육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려 하겠느냐. 그러니 제대로 된 공교육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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