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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신용카드와 수수료에 대한 5가지 오해

중앙일보

입력

월간중앙“세탁소·미용실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골프장의 2배가 넘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신용카드업계에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며 집단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민주노동당 역시 이에 동조하며 신용카드 원가 내용 공개 법제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궁지에 몰린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들은 “전후 상황을 꼼꼼하게 짚어보지 않고 신용카드업계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며 “수수료율은 업종의 성격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신용에 따라 차등적용함을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론자들의 주장은 신용카드사들이 많은 돈을 벌면서 수수료율을 낮추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또 대중 업소의 요율이 사치성 업소에 비해 높다는 불만도 따른다. 쉽게 말하면 신용카드사들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돈을 많이 벌어들인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신용카드업계의 설명은 다르다. 정치적이거나 감정에 호소하는 논리와 경제적 현실은 구분해야 한다는 것. 수수료율 차등적용은 신용카드대금 결제 능력과 상황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지 업종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상환 능력이 양호한 개인의 은행대출 이자율이 낮고 반대의 경우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이에 신용카드업계는 최근 ‘신용카드와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5가지 오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 물론 이는 업계의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듯 업계의 주장을 잘 파악해야 그들을 효율적으로 반박하고 공략해 수수료 인하 조치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 2006년 신용카드사들은 사상 최대인 2조 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전업계 카드사(은행계가 아닌 신용카드 전문회사)는 총 2조1,63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표면상으로 보기에는 사상 최대의 막대한 흑자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고 넘어간 부분이 있다. 바로 카드사태 당시의 누적적자 규모다.

카드사태 당시인 2003년 신용카드사들의 적자액은 전업계만 무려 7조7,289억 원에 달한다. 이듬해인 2004년에는 1조3,40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2년간의 손실액 합계는 무려 9조700억 원이다. 은행계까지 합치면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적자규모다.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전업계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느슨해 외부에 공시된 당기순이익에는 거품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환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의 경우 은행계는 12%를 적립하게 돼 있는 반면, 전업계의 경우 ‘상환능력개선채권’이라는 예외규정을 통해 1%만 적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일반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전업계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과소적립분은 어림잡아도 최소 3,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2007년부터 개선 혹은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하더라도 대손충당금 과소적립 문제를 감안할 때 실제 카드사들의 지난해와 올해 순익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LG카드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7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채권단의 지원을 통해 나타난 1~2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수익으로 인해 마치 카드사 전체가 대규모 이익을 시현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LG카드를 제외한 4개 전업계 카드사의 당기순익은 9.456억 원이며, 카드수익 이외의 수익 및 대손충당금 과소적립액을 제외하면 4,0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당기순이익이다.

2. 신용카드사 수익 중 대부분은 신용판매 부문에서 온 것이다?

2003년 신용위기 당시 전업계 카드사의 대출업무 비중은 무려 61%에 달했다. 카드사들이 본연의 신용판매업무보다 높은 이자를 통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출업무에 치중한 결과 카드사 전체의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업계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것.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금감원은 여신전문업법 시행령을 통해 신용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을 5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의 카드수익 중 현금대출수익 비중은 2006년 27.6%다. 금감원이 정한 50% 가이드라인에 한참 밑도는 건전한 수준인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금감원의 50% 가이드라인 상의 현금대출 비중 기준은 수익비중 기준이 아닌 관리자산 평균잔액 기준이며, 따라서 관리자산 평잔 기준 현금대출 규모를 봐야 한다. 관리자산 기준으로 카드사들의 현금대출 비중을 보면 비록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 39%에 이르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카드대출 수요층은 대부분 시중은행 대출창구를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다. 이들은 사채시장을 이용하기보다 간편한 카드대출을 더 선호하는 계층이다. 30%에 육박하는 고금리의 카드대출은 결국 저소득층의 이자부담을 가중시켜 제2의 신용위기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상 대출 성격인 신판 할부자산까지 감안하면 대다수 카드사의 현금대출 비중이 70%를 넘나드는 것이 사실”이라며 “카드사들이 ‘대출 장사’가 아니라 신용카드 고유의 이용 목적인 신용판매 위주의 수익구조를 견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3. 한국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미국·호주 등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민주노동당은 2001년 금감원 자료를 인용해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2.5%로 미국·호주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신금융협회는 국내 평균 가맹점 수수료는 2.22%(전업계 기준, 은행계 포함 2.37%)이며 이는 일본·미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2005년 국내 6개 전업계 카드사의 분기 업무보고서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신판 취급액이 약 90.5조 원,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2조 원가량으로 전업계 카드사의 평균 수수료율은 2.22%가 맞다. 그러나 근본적인 신용카드 거래 구조가 제각각 달라 객관적 비교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 American Express 가맹점 수수료율은 2.19~2.41%, 여기에 협회 수수료 및 각종 관리 및 부대비용을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을 고려하면 약 2.5% 이상으로 추정된다. 리볼빙 결제의 활성화로 리볼빙 수수료 수익(연 17.5%)이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는 것까지 감안할 필요가 있다.

호주의 경우도 드러난 수치상으로는 0.93~2.26%이지만 우리와 달리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수수료와 연회비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우리와 같은 수준이다. 또 고금리 리볼빙 비율이 약 77%에 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와 비슷한 결제 시스템인 일본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3.39%(일본 산업청 발표)다. 일본의 자금조달 비용이 우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점과 가맹점 대금 지급기일이 한국이 평균 3일인데 반해 일본은 15일에 달한다. 그럼에도 일본의 평균 가맹점 수수료율은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4. 신용카드사는 영세 자영업자에게만 폭리 취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결제 건당 고정비의 비중이 큰 5만 원 미만의 소액결제 건이 2005년 기준 46.11%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수수료 마진은 극히 미미하다.

가맹점 수수료 원가는 가맹점 모집 및 관리비용, 금융비용, 매출처리비용, 청구 및 입금비용, 채권회수비용 등의 제반 변동비와 결제처리비용(VAN사 수수료), 인건비 등의 시스템 고정비 등으로 구성된다. 신용카드 사용 확대로 소액결제가 증가해 가맹점에서는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신용카드사의 경우 건별 고정비용 부담이 점점 상승하는 추세다.

국내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를 업종별로 볼 때 주유소·종합병원·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1.5~2.0% 수준이며, 유흥주점·골동품 등 사치업소는 4.5% 수준이다. 영세 자영업자로 분류될 수 있는 소매업·음식업 등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2.7%~3.6%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외국의 동종 업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결국 업종별 수수료 확정 문제는 시장 메커니즘에 충실한 결과물이다. 가맹점의 수익 기여도 및 매출 건전성 등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 가격을 차등적용하는 것은 각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선택에 기인한 것일 뿐, 민노당의 주장처럼 카드업계가 힘센 업체에는 약하고, 약한 업체에는 군림하는 갈등론적 권력구조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5. 가맹점주, 신용카드 때문에 장사 못 해먹겠다?

우선 신용카드 시대가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고객 유인 효과를 얻는 것은 물론, 과거 외상거래로 발생하던 리스크를 카드사가 모두 떠안게 됐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들이 큰 고민 한 가지를 덜게 됐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신용카드에 수입금액 증가 등에 대한 세액공제, 신용카드 등의 사용에 따른 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상의 혜택이 부여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가 과연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혜택을 줄 수 있을까? A라는 상점이 월 매출 500만 원을 올렸다고 가정할 때 영세 가맹점의 특성상 이 중 30% 정도가 카드 결제로 이루어졌다면, 가맹점 수수료를 3%로 잡아도 약 4만5,000원 정도다. 가맹점 수수료를 0.5% 낮춘다고 하면 월 1만5,000원의 절감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크다면 큰 돈이지만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못살겠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카드 결제로 인한 가맹점의 이익을 생각할 때, 가맹점 수수료 제도는 그 이익에 대한 최소비용 수준을 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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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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