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별의 정 나누는 졸업식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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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해마다 2월이면 각급 학교의 졸업식이 거행된다. 교직에 몸담은지 13년째, 「인간은 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만난다」는 말처럼 스승과 제가간에도 회자정리의 운명은 어쩔수 없나 보다.
올해도 아쉬움과 섭섭함을 남긴 채 6백여명의 졸업생들이 정든 교정과 교실을 떠났다. 엊그저께 밤송이 머리의 앳된 모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어느새 건장하게 자라제법 어른스럽고 당당하게 졸업을 하게 되었으니 새삼 세월의 덧없음마저 느끼게 된다.
그런데 졸업식광경을 유심히 보노라면 예전과 같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점차 사라져 안타깝기 그지없다.
엄밀히 말해 졸업이란 학업의 끝마침이 아니라 다음 단계로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
어쨌든 졸업식장의 분위기는 예나 지금이나 엄숙하고 진지해야 한다. 예전에는 교정을 떠나는 학생들이 못내 아쉬워하며 울음바다를 이루었고 교정을 떠날 때는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몇번이고 정든 학교를 되돌아보곤 했다.
또 담임선생님과 헤어지기가 아쉬워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우르르 몰려들었고 이별의 노래를 부르며 정성스런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으며 더욱이 식장에서 송사와 답사가 오갈 땐 떠나는 정과 보내는 정이 어울려 사제지간 모두 눈시울을 적시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그런데 요즘 졸업식장은 그같은 사제간의 훈훈한 정과 선후배와 모교에 대한 애정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분위기나 가치관이 물질주의와 이기주의에 젖어버린 탓일까. 그저 지나가는 학업의 한 단계로만 여길 정도다.
또한 선생님과 사진 한 장 찍어 가는 학생도 드물고 감사의 말 한마디조차 없이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휑하니 돌아서는 학부모들을 볼때 안타깝기 그지없으며 교칙에 대한 회의와 서글픔마저 든다. 『수고했다』는 인사 한마디라도 하고 간다면 덜 아쉬울텐데….
그러나 학생·학부모만을 탓할 수도 없다. 교사들은 최선을 다해 사명감과 긍지를 가지고 제자를 가르치고 지도해 왔는지 곰곰 생각해봐야 한다. 진정한 사도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이끌었다면 3년동안 보살펴주고 인도해주신 스승께 감사의 표현과 함께 아쉬움의 정을 나누지 않았을까.
과거의 엄숙하고 진지한 풍경을 되찾기 위해 우리 교사들도 모두 좀더 확고한 교육관과 사명감·자부심을 가지고 교육에 임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사제간에 뜨거운 정이 흐르고 이별의 눈물이 물바다를 이루는 옛 졸업식광경을 되찾았으면 한다.
우정렬<부산혜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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