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양측 기조연설 요지/정원식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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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합의서 생명은 실천… 핵문제가 선결과제
남북합의서는 남북간의 오랜적대와 대결에 종지부를 찍은 화해와 협력의 새시대를 열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합의서의 생명은 실천에 있다.
나는 이 자리를 빌려 우리측이 합의서의 정신을 받들어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해나갈 것임을 천명하면서 귀측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성의있고 성실하게 이행해나갈 것을 기대한다.
쌍방이 합의서의 실천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산가족문제 해결이다.
이번 합의서 발효를 계기로 70세이상 고령자의 고향방문만 이라도 우선 실현시켜 이들의 애절한 한을 풀어주어야 할 것이다.
고위급 회담의 운영과 관련,대표단 구성과 회담장소는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르도록 하되 회담주기는 연 4회의 정기회담과 기타 필요에 따른 수시회담으로 구분,개최하는 것이 좋겠다.
합의사항을 구현해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있다.
바로 한반도에서 핵전쟁위험을 제거하는 일이다.
귀측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고 비핵화 공동선언이 발효된 지금에도 우리는 핵공포의 위협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귀측이 비록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으며 개발할 능력도,의사도 없다고 하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입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귀측은 아직도 미루고 있는 핵안전협정의 비준절차를 조속히 완료하고,빠른 시일내에 전면적인 국제핵사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또 핵통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사찰의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고 이에 따른 남북상호사찰이 실시되기 전이라도 시범핵사찰을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핵통제공동위원회가 앞으로 1개월내에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위해서는 쌍방이 하루속히 그구성·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해야 한다.
남북은 이를통해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며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안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을 온겨레앞에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남과 북은 이제 불신과 단절의 벽을 허물고 민족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이에따라 우리는 대결시대의 관행과 냉전적 사고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사고로 맞이해야한다.
국제사회로부터 닥쳐오는 거센 도전에 대처해 민족의 이익을 넓혀나가기 위해 우리는 하루속히 서로 힘을 합치고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금세기안에 우리 손으로 평화와 통일을 성취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게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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