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끝)올바른 정착을 위한 현장점검|유통구조 문란|대여점 "우후죽순"…포화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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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비디오 도매상들의 횡포와 포화상태인 대여 점들의 과당경쟁, 문화인식 결여 등 비디오 유통의 낙후성이 부정적인 비디오문화의 원인이 되고있다.
비디오제작 시장규모는 폭증해 최근 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여시장은 그보다 두 배가 넘는 7천억원에 달해 기형적으로 폭증하고 있으나 비합리적인 유통구조로 프로그램 질 향상이나 소비자의 편리와는 거리가 멀다.
서울 대치동 그랜드백화점주변 반경5백여m이내에는 비디오 대여점이 30여 곳 몰려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비디오 점에 진열된 비디오들은 거의 중복되어 있다. 이중 반수 이상의 비디오점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있다.
신문광고에는 비디오 점을 내놓는다는 광고가 줄을 잇고 있어도 주택가에는 새로운 비디오 점이 매일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비디오 점은 수익도 좋고 운영하기도 편해 주부부업으로도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비디오프로그램자체의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법칙이 전혀 자체질서를 유지 못 할 정도로 소매대여점이 과잉상태다.
비디오는 출시일 직전의 밤에 급히 제작사로부터 도매상으로 뿌려진다. 한 달에 연달아 나오는 3백여 편의 새 비디오들을 소화하려면 매일 단번에 3만여 곳 이상의 대여점에 1∼2 개 씩 수만 장을 소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대여점에나 2개 이상 비치해놓아야 할 『터미네이터 2』『나 홀로 집에』등 인기프로그램은 5만∼6만장의 비디오테이프를 소매점에 나오기 이틀 전 전국에 운반해야한다.
이러한 유통구조는 대여점에서 시청자들이 쉽게 필요로 하는 비디오를 찾기 어렵게 하고 따라서 대여 시기를 놓친 대부분의 비디오들은 제작사에 반품되는 고질적인 병폐를 낳고 있다.
이와 중에서 도매상들은 영세한 제작자들로부터 이익의 일부를 미리 나눠 갖는 속칭「백마진」을 챙기는 횡포를 부리고 영세 제작사는 창고에 쌓여 가는 비디오들을 원래 판매가보다 70∼80% 싼 가격으로 도매상에 다시 내놓는 이중의 손해를 보고있다.
또「나카마」라고 불리는 중간상인은 매장을 갖추지 않고 도매상들로부터 판매장려 지원 금(백마진)의 일부를 나눠 가지면서 소매점에 납품하고 있는데, 전국에 3백 여명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비디오의 가격질서를 흐려놓고 불법물의 유통으로 한탕주의도 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질비디오의 양산도 문제지만 저질유통구조도 그 못지 않게 고쳐야 한다. MCA나 블록버스터 등 외국의 비디오유통 회사들이 들어오면 이러한 국내 유통구조의 취약성을 이용, 순식간에 국내시장을 장악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낙후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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