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의서」는 국제법상 조약"-18일 문본교환 앞두고 평화통일연 「성격과 실현방안」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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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 연말 제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합의서)의 발효를 앞두고 이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활발하다.
남북합의서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이 서로 문본을 교환함으로써 발효된다. 평화통일연구회(회잠 김윤환)는 1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남북합의서의 성격과 그 실현방도」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 합의서 발효와 관련된 학계의 논의를 수렴했다.
논의는 합의서의 성격에서부터 시작됐다. 합의서는 국제법적 조약인가, 정치적 강령인가. 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구속력을 갖기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당연하고 정치적 강령이라면 정치지도자간의 신의에 기초한 협정이기에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당연히 국회 승인도 필요없다. 예컨대 7·4공동성명은 정치적 강령으로 분류된다.
토론회에서「남북합의서의 국제법적 성격」을 발표한 이장희 교수(외국어대·국제법)는 『합의서는 국가간에 합의된 것이기에 조약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국회의 동의과정을 거쳐야하며 그래야 보다 확실히 시행될 수 있고 또 남북통일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합의서 전문에서 남북관계를 가리켜 『통일지향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별관계』라고 명시한 것이 독일의 기본조약 표현과 같음을 지적한다. 독일의 기본조약은 국회의 동의를 받았으며, 실제로 법적 구속력을 발휘해 독일통일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 같은 독일의 「특별관계」이론은 곧 우리의 합의서에 반영된 바로 그 내용이다. 따라서 합의서는 기본조약처럼 남북한을 공동으로 규율하는 국제법상의조약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합의서는 국제법의 조약일수 있는 성립요건, 즉 ▲국가의 이름으로 ▲적법한 대표(국무총리)가 ▲공개리에 채택했기에 조약으로서 하자가 없다. 다만 남은 것은 국회의 동의과정이다. 더욱이 합의서는 민족적으로 매우 중요하며 국민의 재정적 부담을 요구하는 내용이기에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한다는 주장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제법과의 관계다. 유선호 변호사는 「남북합의서와 국내법과의 관계」라는 발제를 통해 국내법의 재정비를 강조했다. 즉 합의서의 법적 성격이 독일의 기본조약과 같이 국제법에 준하고, 국제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에 합의서가 발효되면 이와 상치되는 국내법의 개폐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로 국가보안법이 지적되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과연 합의서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다.
손학규 교수(서강대·정치학)는 발제문 「합의서 실천을 보장하는 방안 제안」에서 『합의서의 실천을 보강하고 이의 정치적 이용을 막기 위해 국회가 정부의 권력행사를 견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그러나 이미 총선 체제로 들어간 국회가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 이전에 비준과 같은 보장강치를 마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합의서 발효이후의 국회차원결의를 제안했다. 예컨대 정부의 합의서 이행을 법률적으로 구속하는 특별법형태의 입법과 같은 것이다.
또 국회 안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검토될 수 있다. 손 교수는 보다 근본적인 보강방안으로 냉전적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북한의 내부 붕괴를 유도, 흡수 통합하는 것만이 체제경쟁의 승리라는 논리에서 벗어 나야한다. 오히려 불필요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하면 우리가 양보할 수도 있다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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