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과장 동생 고소한 이씨/서로 “피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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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상대방에 불리한 내용 “폭로전”/「시험지도난」사건까지 끌어 들여/어느쪽말 믿을지 수사관들 고심
국과수 허위감정의혹사건에서 대립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병길씨(46)와 이세용씨(42)가 후기대시험지 도난사건의 수사과정에서 서울신학대 경비원 정계택씨(44)등이 사건관련자들과 사건이전부터 서로 잘알고 있었음이 밝혀져 두사건의 관련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씨와 이씨는 국과수 허위감정의혹사건의 발단이 됐던 이창열씨(59) 재판에서 서로 대립적인 입장에 섰던 인물들.
이 두사람은 대전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며 한때 같은회사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으나 86년말 S건설이란 회사를 놓고 소유권분쟁을 일으켜 지금까지 송사를 거듭해오고 있는 앙숙지간.
경찰은 후기대시험지도난사건이 터진 직후 조병술 전서울신학대 경비과장이 돌연 자살한뒤 이씨로부터 조씨가 시험지를 빼낸것 같다는 제보를 받고 조씨를 용의선상에 놓고 조사했으나 아직 뚜렷한 혐의점은 찾지 못한 실정.
경찰은 동생 조씨가 최근 형에게 5백80만원을 빌렸던 사실과 대전에서 5개월전에 세운 C건업이 11일자로 부도가 났던 점으로 미뤄 사건을 전후해 자금사정이 무척 어려웠다고 보고 범행관련 가능성을 집중 조사해 왔다.
그러나 조씨는 범행관련을 완강히 부인하며 『이씨측이 나를 모함하기 위해 이같은 사실을 제보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수사가 벽에 부딪혔다.
경찰은 조씨가 경비원 정계택씨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주변인물들은 이 두사람이 아파트공사등을 하며 하도급관계를 맺는등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고 진술하고 있어 아직까지도 수사보고서에 조씨관련 사항을 빼놓지않고 기재하는등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씨에 대한 조사는 처음에는 협조차원에서 이뤄졌으나 이씨가 3,4년전부터 숨진 조병술씨와 알고 지냈다는 점과 숨진 조씨와 취직알선문제로 3백여만원의 금전거래가 있었던 점 등이 드러나자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와중에서 국과수사건이 터지자 경찰은 『두 사건은 서로 별개』라는 점만을 강조하며,제기된 여러가지 의문점들은 『본인들이 부인하고 있다』는 말로 덮어버리기에 급급한 실정.
조씨는 『자신이 사설감정인들을 추적하며 이씨측을 압박하자 이를 방해하려고 자신에 대한 허위사실을 경찰측에 흘리고 있다』고 주장했고,이씨는 『조씨가 시험지도난사건의 수사선상에 오르자 이를 피하려고 국과수사건을 터뜨렸다』고 주장하여 두사람 모두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양측에서 상대방에 대한 강도높은 이야기가 나오자 수사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최근들어서는 「둘다 믿을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서울신학대 경비원 정씨가 대전에서 10년동안 살며 같은 업종에 종사해 두사람 모두 서로 알고 지냈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모두 정씨를 서로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혹을 갖고 있다.<부천=홍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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