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험」소산 “할말했다”/남덕우전 총리 「고언」 배경·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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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 “이대로는 안된다” 여론환기 겨냥/관가·재계 “원로 충고 새겨들어야” 수긍
남덕우 무역협회 명예회장이 12일 정치인들의 지도력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선데 대해 『국무총리까지 지낸 사람이 이처럼 신랄한 비판을 하게된 진의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대해 남회장은 『세상이 하도 어지러우니까 내 심정을 한번 정리해봤지…』라고 말하며 『산적한 문제가 너무 많아 모두들 어디서부터 을 대야할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과연 근본문제가 무엇인가를 끄집어 내 여론을 불러일으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회장은 특히 『과거 30년 가까이 정부와 경제단체에서 몸담아 온 사람으로서,경제환경이 이렇게 어렵다고들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할거냐 하는 문제를 놓고 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는 직업의식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남회장은 작년말 한국 경영자총협회측으로부터 강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무슨 말을 할까 고심하다가 지난달 21일부터 7일까지 하와이에서 열린 태평양 경제협력위원회 회의기간중 생각을 정리했다는 후문.
경총의 한 관계자는 『남회장이 공직을 떠난뒤 자유로운 상태에서 처음 강연을 한만큼 하고 싶은 말을 다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무협의 한 관계자도 남회장이 최근 한국 경제가 더욱 나빠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대로는 안된다」고 자주 말해왔다는 것.
○…남덕우 전 총리의 경총 연설에 대해 경제부처의 한 관리는 『현재의 경제상황이나 그를 둘러싼 여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했다고 본다』며 내용 자체에 공감을 표하면서 『그러나 남 전총리 자신이 경제계의 지도자적인 위치에 있는 입장이고,또 작년초까지도 무역협회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과연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해왔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부처의 또 다른 한 고위공무원도 『최근 전직 고위 공무원들의 「국가경영론」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 자체가 현상태가 난국임을 반영하는 한 증거』라며 『관료집단을 비롯,각 경제주체들 모두가 원로들의 고언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 최경선 이사는 『6·29선언이후 우리 경제는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지배,경제가 경제원리에 의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민간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자율성이 어느정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 전대주 상무도 『이제 정부관리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기업에 시시콜콜하게 간섭하고 정책을 마음대로 선회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 최세형 무협상무는 『우리 경제의 소프트웨어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원로들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남회장같은 원로들의 얘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이지순 교수는 『부총리등 경제장관을 한번 임명하면 자신의 컬러에 따라 경제운용을 펴나갈 충분한 시간과 여유를 주어야 하는데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때문에 정책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은 불안정한 정책기조 아래서는 기업들이 확고한 장기경영전략을 이끌어 가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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