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2명 대통령 코앞 시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4일 청와대 안에서 장애인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불과 2m 떨어진 곳에서 기습 시위를 벌인 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부실 경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대해 대통령이 서명하는 자리였다. 시위를 벌인 2명은 박경석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추진연대 공동대표와 박김영희 장애여성공감대표다.

이들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의 추천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쇠사슬을 몸에 묶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주장하는 시위를 주도했었다. 하지만 차별법 제정에 기여한 공로로 초청됐다. 행사에 초대된 인원은 장애인 68명 등 총 121명이었다. 이날 시위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박경석 대표는 "인권위 앞에서 장애인 부모들이 굶으면서 투쟁 중인데 장애인들을 청와대에 불러 놓고 법안 서명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미리 시위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시위 도구인 플래카드는 쉽게 가지고 들어갔다. 이들은 "행사장 앞에서 검색을 했지만 금속이 아니기 때문에 플래카드는 문제가 없었다"며 "어떻게 가지고 들어갔는지는 밝힐 수 없다. 경호원들이 못 보게 숨겨서 들어갔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도구를 소지했는지 여부는 사전에 충분히 검색했지만 소형 천이나 종이를 소지한 경우까지 문제삼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경호상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로 국민 친화형 경호를 하고 있고 정식 초청을 받아 행사에 참석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몸수색을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김은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