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무용과 교수 첫 공채 "입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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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내 무용계를 주도해온 이대 부용과는 지난해 임시부정사건으로 물러난 홍정희·육완순·김매자 교수 후임이 내정됐는데도 공식발표를 미루고있어 갖가지 소문만 무성.
1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대는 올 들어 개교이래 첫 교수 공개채용을 시도했는데 무용과에는 국내외에서 활동중인 36명의 무용가와 현직교수 및 평론가들이 응모, 이중 30대의 K씨(현대무용) S씨(발레)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입시 부정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이대당국은 교수임용을 둘러싼 잡음을 우려, 교육부장관의 발령까지 모두 끝내고 오는 18일 학교측이 공식발표 할 때까지는 절대 외부에 확인해주지 말도록 「입단속」시키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번 교수 채용은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대무용과 임시부정사건의 뒷마무리라는 성격까지 띠고있어 그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막판 뒤집기가 한창』이라는 등의 뒷 얘기가 요란하다.
무용계의 관심이 이대무용과 교수채용에 유독 쏠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대 무용과가 국내 최고의 역사(63년 개설)와 함께 홍·육·김씨 등 세명의 전직교수들이 벌여온 활발한 교외활동에 힘입어 국내무용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있어 앞으로 전국 각 대학 무용과의 교수확충방향과도 상당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현재 전국 26개 대학과 6개 전문대학에 설치된 무용과의 현직교수들 중에는 소위「자격없는 교수」가 적지 않다는 게 무용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인 만큼 이대무용과의 교수임용이 과연 「바람직한 세대교체」의 청신호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교육부는 예능계학과의 기본 학생수(1백60명)를 기준으로 최소 7명의 교수를 두고 정원이 25명 늘 때마다 교수도 1명씩 더 늘리도록 하는 대학교육여건 개선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대부분의 무용과가 교수를 현재의 2배 이상 늘려야하는 실정.
따라서 이런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대학무용교육이 제자리를 잡을 수도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젊고 유능한 교수들이 새로 임용될 경우 자신의 위치와 영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는 현직교수들의 배타심 때문에 실력파 무용인들의 대학진출에 의한 「물갈이」는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S대처럼 한국무용·발레·현대무용의 분야별 전공교수조차 고루 확보하지 못했으면서 공채공고조차 못내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자신의「기득권」을 고수하려는 현직교수들의「속 좁은 반대」때문이라는 것. 이대의 경우도 세명의 교수가 30년 가까이 실기교육을 맡아 부정의 여지가 많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직 무용과 교수들의 이기적인 주장을 묵살하는 등 앞으로 대학당국이 여간한 용단을 내리지 않는 한 모처럼의 「물갈이 기회」마져 놓치기 십상이라는 게 뜻 있는 무용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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