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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영광'이 사랑보다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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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사람이라면 지켜야 할 예법이 ‘관혼상제’다. 그중 혼례는 인륜지대사로 사람이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의례로 여겨졌다. 의식과 절차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결혼식은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서로 사랑하겠다고 맹세하는 자리가 아니던가. 그러나 사랑의 열매를 맺기까지의 과정이 웨딩드레스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우선 여생을 함께 보낼 동반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의식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다.

오죽하면 딸자식 결혼시키고 나면 집안의 기둥뿌리가 뽑힌다고 할까. 상류층은 어떨까? 그들도 자식 결혼 문제로 한숨 짓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코노미스트가 퍼플스와 함께 상류층 결혼 문화를 낱낱이 분석했다. 기업 경영보다 어렵다는 자식 경영, 그중에서도 최고 난이도로 손꼽히는 ‘시집·장가 잘 보내기’의 비법을 알아봤다.


결혼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랑? 돈? 정답은 둘 다다. 현실에서 원빈과 삼순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상류층 남녀끼리도 사랑을 한다. 연애도 한다. 선을 보고, 상견례를 하고, 폐물을 주고 받고 결혼식을 치른 후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것.

결혼 형식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 과정과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격을 따지고 남의 이목을 중시하는 상류층에 결혼식은 대외 행사다. 상류층의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결합’이다. 모 대기업의 회장이 딸의 신랑감을 찾으면서 “내 그룹을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거나 그 급 이상의 재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니 단순히 당사자 간의 결합으로 볼 수 없다.

퍼플스는 어떤 곳?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다. 퍼플스는 코오롱 그룹 손자와 김대중 대통령의 첫째 손녀딸의 결혼을 성사시키고 GS그룹과 두산그룹이 사돈을 맺게 하는 등 최상류층 커플의 혼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자산 10억원 이상의 강남 거주 상류층 커플 중 연간 100쌍이 넘게 이곳을 통해 결혼한다. 퍼플스의 김현중 대표는 “재계 서열 100위권 중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이 50% 정도고 그중 70~80%가 퍼플스 회원”이라며 “K, L, H, D그룹 자손들이 퍼플스의 회원이고 실제 결혼을 성사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류층의 온갖 소문을 손에 쥔 사람이 누구인가? 막대한 권력을 가진 그자는 마담뚜. 과거 재벌 2세들은 정략 결혼의 사슬 안에 있었다. 그 사슬을 부지런히 연결하던 마담뚜가 점점 줄고 있다. 완벽 보안을 자랑하는 상류층 전문 결혼정보회사가 생겼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게 다른 이성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들은 회원의 정보는 물론 회원이 자기 회사에 가입했다는 사실조차 비밀로 한다.

상류층 회원들은 주로 청담동 카페나 호텔 커피숍에서 부모 없이 1대1로 만나 선을 본다. 재미있는 것은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본인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가입하기 때문.

표면상으로는 그냥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 소개해 주는 거라 말한다. 실제 퍼플스에 가입된 회원 중 절반 정도는 스스로 회원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그만큼 비밀 보장이 확실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년의 커플매니저들을 고용하는 것도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다.

소문 새지 않는 결혼정보회사 이용

강의 상·하류가 분절되지 않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상류층의 규격화된 조건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퍼플스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이렇다. 큰 전제는 ‘서울 강남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소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물론 개인이 아닌 부모, 가족 모두의 자산을 합친 액수다.

이는 가입 조건일 뿐 실제 상류층 소리를 들으려면 몇 십억원 자산은 기본이다. 십억원 단위는 강남권의 평범한 부자, 백억원이 넘어가면 강남권에서 좀 알아주는 부자라는 것이다.

상류층 결혼 트렌드

■ 사랑도 찾고 돈도 얻는다
■ 1등 신랑은 MBA 출신 유학파, 1등 신부는 대학원생
■ 결혼식은 호텔에서
■ 신혼여행은 유럽, 신혼집은 강남 선호

학력도 중요한 요건이다. 사법시험을 패스한 가난한 청년이 부잣집 딸에게 ‘콜’을 받는 일은 현실에서도 일어난다. 여성은 다르다. 학력이나 직업으로 돈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없다.

남녀 모두 4년제 대학 졸업은 필수다. 그중에서도 해외 석사 이상, 특히 MBA를 수료한 남성이 인기. 여성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정도면 된다. 나이는 특별히 제한은 없지만 일반인보다 결혼 적령기가 빠른 편이다. 보통 남성은 20대 후반, 여성은 20대 중반을 넘기지 않는다. 사회적 위치, 경제적 자립은 이미 타고났기에 굳이 결혼을 미룰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선호 직업도 정해져 있다. 남성은 금융계, 일류 외국계 회사가 베스트로 꼽히고 의사, 판·검사도 여전히 인기다. 무조건 ‘사’자 돌림이 최고였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여성은 그저 현모양처가 최고다. 얌전하게 신부수업을 받아 온 부잣집 대학원생 여성이라면 상류층에 들 만하다.

맞벌이가 필수조건인 일반인과 대비된다. 혹시 여성에게 직업이 있다 해도 의사, 판·검사, 대학 강사 정도까지가 합격점을 받는다. 그 외 사는 곳, 출신 고등학교, 부모님의 직업, 학력 등 다른 옵션을 보고 상류층의 가부를 결정한다.

이런 기준은 배우자 선택 시 우선 고려 사항과도 관련이 있다. 퍼플스가 지난해 상류층 미혼 남녀 146명(남 68명, 여 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류층은 배우자를 고를 때 가정환경을 제일 먼저 본다. 한마디로 ‘가문’이 중요하다는 것.

가정 환경은 부모님 직업, 부모님의 생존 유무, 형제자매의 직업, 형제 서열 등으로 판단한다. 집안이 좋으면 경제력은 둘째 문제다. 대대로 내려온 땅 부자 집안이라고 다 되는 게 아닌 것이다. 성품, 능력이 그 다음 순위로 이어지고 외모는 21%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예쁜 여자, 잘생긴 남자 싫다는 사람 없겠지만 막상 결혼할 때는 외모보다는 다른 조건을 먼저 따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 결혼정보회사에서 같은 설문을 했다. 예상대로 성격이 1순위다. 다음이 외모. 상류층 그룹에서 외모가 가장 낮은 순위를 차지한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가정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대답한 회원은 절반에 그쳤다. 선호 직업을 묻는 조사에서는 남성의 경우 학생이나 무직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다음 순위가 프리랜서다.

시간 여유가 많고 힘들지 않은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다. ‘가화만사성’을 굳게 믿고 있는 상류층에 아내의 내조란 큰 역할을 차지한다. 외국계 기업, 전문직, 공무원이 다음 순위를 이었다. 여성은 사업가 남성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사업가란 집안의 사업을 이어받는 경영 후계자를 뜻한다. 이들은 대부분 MBA 출신이거나 국내외의 명문 대학을 졸업한 재원들이다. 2위가 외국계 기업이다. 연봉이 높고 복리후생이 좋은 외국계 기업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인기다.

능력에 따라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출세의 기회가 많은 것도 이유다. 금융직이 3위고 의사, 법조인은 4, 5위로 비교적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MBA 출신 외국계 기업 남성 선호

일반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에서 남성이 선호하는 직업 1위가 교사,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 1위가 공무원인 것을 보면 일반인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것에 비해 상류층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상류층 자녀들이 유학 생활로 외국 문화가 익숙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선호하는 거주 지역은 강남이 95%를 기록해 상류층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생활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해외와 신도시가 각각 53%, 36%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평창동 등 강북 지역이 환경이 깨끗하고 조용해 선호한다는 대답도 17%나 나왔다. 배우자를 고르는 일만큼 결혼식을 치르는 것도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예식 당일이 중요하다.

상류층의 대부분은 호텔에서 결혼한다. 결혼 당사자들에게는 하얏트 호텔이 인기다. 이유는 건물이 예쁘고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 이 호텔은 일반인들의 ‘특별한’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하다. 부모들은 신라호텔을 일등으로 삼는다. 얼마 전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인 탤런트 윤태영도 신라호텔 다이너스티 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연예인들은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는 워커힐 호텔을 선호하지만 요즘은 유명인이라고 해서 특혜를 주지 않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신라호텔도 인기다. 재벌가와 연예인의 결혼이 성사되기도 하지만 연예인은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의 회원이 되기 힘들다. 아무래도 구설수에 오르기 쉬우니 다른 회원들이 꺼리는 것. 주로 실내 결혼식이 많지만 골프장이 있는 야외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커플도 있다.

해외 원정 결혼식도 많이 한다. 이런 경우 비용은 더 올라간다. 야외결혼식은 하객 수가 한정되는 단점이 있지만 탤런트 한가인과 연정훈이 쉐라톤 워커힐 호텔의 애스턴 하우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야외결혼식을 하는 커플이 늘었다.

하객 1인당 비용은 20만원 정도

하객 수가 한정된다고 해도 400~500명 정도는 초청할 수 있다. 상류층 결혼식에서 이 정도는 평균적인 초청 인원이다. 양가 하객을 합쳐 1000명 내외가 일반적. 하객 1인당 비용은 20만원 정도고 축의금이나 화환은 재벌가에서는 받지 않지만 평범한 상류층까지는 받는 것이 보통이다. 스튜디오는 주로 호텔 스튜디오를 많이 이용하는데 비용은 500만원 선이다.

DVD 촬영을 추가하면 몇백만원이 추가된다고. 물론 앨범의 수준과 촬영기사의 유명도에 따라 비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헤어메이크업은 이신자, 정현정, 이희, 정샘물, 김청경 등 유명 아티스트를 선호하는데 메이크업 비용만 200만원이 넘고 헤어, 마사지를 추가하면 비용이 올라간다.

결혼식 날 가장 돋보이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신부의 드레스. 할리우드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베라왕 드레스가 단연 인기다. 국내에서는 탤런트 김남주가 결혼식 때 입으면서 알려졌다. 그 가격이 2700만원 정도인데 국내에서 가장 비싼 웨딩드레스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선호하는 브랜드가 없다면 집안 대대로 거래해 온 디자인 부티크에서 드레스를 맞추면 된다. 상류층에 대여란 없다. 고가의 웨딩드레스는 무조건 구입해야 한다. 한복은 김영석 한복과 현대가에서 애용하는 이영희 한복이 대세다.

박순례 한복도 상류층에서 알아주는 브랜드. 이불을 제외하고 신랑, 신부, 시부모님 몫을 다 합쳐 한복 값만 2000만원이 든다. 같은 한복이라도 금단추를 달거나 장식을 다르게 해 값을 올리기도 한다. 보석은 명품으로 하는 것이 좋다.

혼수에서 가전제품은 제일 이름난 외제 브랜드를 선호한다. 외제가 비싸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혼하는 당사자들 중 외국에서 생활한 이가 많아 외국 제품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재벌가에서는 자사 제품으로 혼수 세트를 만들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상품을 찾는 게 상류층 혼수 마련의 원칙이다. 자동차는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어 혼수 목록에서 빠진다. 신혼집은 주로 강남이 좋다고 하지만 반드시 강남에서 살지는 않는다고.

중요한 것은 동네가 아니라 그 동네에서 제일 좋은 집들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재벌가에선 압구정, 양재, 역삼 등 강남권의 60평 이상을 신혼집으로 마련한다. 평범한 상류층에서는 30, 40평형대 아파트에서 살림을 꾸린다.

신혼여행지는 유럽 1개월 코스로 요즘은 그리스, 프랑스 남부가 인기다. 동남아 최고급 호텔에서 7~10일을 보내다 돌아오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드는 총결혼비용은 보통 몇억원을 쉽게 넘긴다. 모 기업의 결혼식에서 식장을 장식하는 생화 값만 1억2000만원이 들었다니 그 비용을 일률적으로 산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상류층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경제적 여건, 이미지를 생각해 맞춤 결혼 비용을 짜면 된다.

혼기가 찬 자녀를 좀 더 좋은 집안과 맺어주기 원한다면 ‘하이 클래스’에 참석하는 방법이 있다. 맞선을 볼 때 알아두면 좋은 와인 강좌라든가 계절별 메이크업 트렌드, 파티에서 돋보이는 드레스 스타일 배우기 등 상류층 문화를 미리 경험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 퍼플스의 김현중 대표는 “이런 강좌에서 상류층 결혼 조건에 대한 의견도 나눈다”고 말했다.

재혼의 조건은 돈, 돈, 돈

이혼을 두려워하는 상류층에서도 재혼은 늘 있어 왔다. 상류층이 재혼할 때는 사랑보다 돈을 더 따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남성의 조건은 첫째가 돈, 둘째도 돈이다. 돈만 많으면 60대의 노인도 초혼인 여성과 재혼할 수 있다.

일반 여성은 40대 중반을 넘기면 재혼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자기 관리가 철저한 상류층 여성들은 나이가 많아도 동안을 유지하곤 한다. 이런 40대 여성 재혼자들은 50, 60대의 돈 많은 남성을 선호한다. 이들의 재혼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식이다.

여성에게 딸린 자식이 있으면 재혼할 수 있는 확률은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남성 쪽에 자식이 있어도 마찬가지. 결혼식은 초혼과는 다르게 집안끼리 조용히 하는 편이다. 상류층의 재혼 문화는 일반인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초혼보다 조심스럽거나 더 담대해지거나 둘 중 하나다.

대한민국 1% 최상류층의 결혼

재벌 3세대 정략 결혼은 거의 없어

VVIP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VIP 중의 VIP. 그야말로 최상류층을 일컫는다. 이들은 소위 준재벌 이상의 가문으로 국내 재계의 1% 안에 든다. 자산 단위는 1000억원 내외. ‘최상류층에 몇백억원은 간판도 못 내민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 재벌가 자손으로 태어나 다른 재벌가 자손과 연을 맺고 새로운 재벌가 자손을 탄생시키는 작업이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시작된다.

남성 집안에서는 공부를 많이 한 여성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싫어한다. 최고 학벌이 이화여대 정도라니 그 보수성을 짐작할 수 있다. 외국에서 석사를 받은 경우는 예외로 대해준다. 판·검사나 박사 출신 여성을 극도로 싫어하고 집에서 오로지 살림만 할 수 있는 며느릿감을 찾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특히 얼굴과 이름이 잘 알려진 연예인과 아나운서는 기피 대상 1호다. 스캔들에는 휘말려도 결혼은 점잖게 하겠다는 얘기다.

여성 쪽에서는 아이비 리그 출신이나 외국에서 MBA, 로스쿨을 마친 남성을 선호한다. 대대로 내려오는 알짜 사업을 물려받는 것도 가산점을 받는다. 재벌 2, 3세의 러브스토리는 어떨까. 김현중 퍼플스 대표는 “부모님 의견을 꺾으면서까지 사랑을 고집하는 경우는 없다”며 “어려서부터 자기 관리 교육을 철저히 받아 행동을 조심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오히려 같은 입장에 있는 재벌가 여성들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더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최상류층의 결혼 비용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시 말해 한계가 없다. 혼수, 예단 때문에 파혼을 하거나 결혼 후 다툼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 서로 많이 해주지 못해 안달이기 때문이다. 강남 부자들이 예단 비용으로 1억원에서 3억원을 쓰는데 거기에다 ‘0’을 하나 더 붙이면 최상류층 예단 비용이 된다. 보석, 한복 등 기본적인 것 외에 골프 회원권, 피트니스 클럽 회원권, 고가 미술품, 도자기 등을 혼수로 보내기도 해 그 액수를 가늠하기 더욱 어렵다. 몇 십억원대에서 예단 비용을 마무리짓는 집안도 있다.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기도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손님을 따로 접대하는 영빈관을 갖추고 있어 그곳에서 지인들과 식을 한다. 많으면 3000, 4000명의 하객이 오기도 한다. 1인당 식사비가 10만원이라 해도 식사 값만 3억~4억원이다. 각종 부대비 5억원을 더하면 대략의 경비가 나온다. 재벌 2세까지만 해도 사업을 위한 정략 결혼이 존재했지만 요즘은 거의 없어졌다.

결혼 당사자의 생각을 첫째로 여기고 일단 남녀가 만나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꼭 연애를 시킨다. 사랑 없는 결혼은 옛말이라고. 최상류층의 혼맥도를 따져 보면 모두 한집안이라고 할 만큼 족보가 어지럽게 얽혀 있다. 친가에서는 동생인데 외가에서는 고모뻘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모두 사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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