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피해 국가에 배상책임/우려되는 집단소송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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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숙박비등 청구하면 엄청난 금액
후기대입시연기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수험생학부모들의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배상청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월10일로 입시가 연기돼 아직 별다른 피해배상청구 움직임은 없으나 후기대입시가 끝나고 낙방한 수험생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배상청구소송이 무더기로 쏟아질지도 모른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피해 당사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경우 국가는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되고 있다.
즉 국가의 잘못으로 손해가 발생했을때 구성요건이 엄격한 형사책임과는 달리 민사소송에서는 고의나 과실여부를 불문하고 책임의 범위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인정되는게 법원의 판결 추세라는 것.
이 경우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수 있는 범위는 차비·숙박비등 금전적 손해액과 정신적 위자료 등 2가지.
하경철 변호사는 『서울신학대학측의 문제지보관 및 경비소홀로 인해 문제지가 도난돼 수험생과 학부모가 큰 피해를 본 것은 교육부등 관련 공무원의 실수로 인해 빚어졌으므로 국가에 배상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직접적인 문제지 보관책임자였던 서울신학대학측도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의견.
수험생 개인별 경제적인 손실은 적은 액수일지 모르나 집단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소송을 내고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까지 요구한다면 소송가액이 엄청날 수도 있다.
경제적 손실은 수험생의 숙박비·차비등 실제피해액이 배상액으로 결정되며 소송과정에서 피해내용과 경위·액수를 일일이 원고측에게 입증해야 하므로 영수증·승차권·증인 등 증거확보가 필수적이다.
정신적 고통부분은 당연배상 의견도 있으나 현재의 우리나라 판례상 배상이 다소 어렵지 않겠느냐는 견해도 있다.
물질적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손해액만 물어주면 그에 따른 정신적인 고통도 해결된다고 보는 것이 대법원의 판레이며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지급은 생명·신체·명예와 관련된 피해 등에만 좁게 인정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처럼 당사자들의 고통과 허탈이 누구나 수긍할 정도로 명백한 상태라면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는 적극적인 이론도 있다.
소송이 진행돼 정신적인 손해가 인정된다면 모든 수험생이 비슷한 정도의 고통을 당했을 것으로 보여지므로 청구인 모두에게 똑같은 액수의 위자료가 일률적으로 지급돼야 한다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현재 우리의 민사소송절차에 따르면 손해를 배상받기 위해서는 당사자별로 소송을 내야하며 개인별로 실제 피해액수를 청구해야 한다.
청구자가 많을 경우에는 몇명을 소송대표자로 뽑아 공판때마다 법정에 출두해 소송에 관여하는 방법도 있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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