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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제개혁 바쁜 베트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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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새로운 기회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과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잉태되며 국내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려면 외국의 자본과 기술이 요구된다. 수출상품을 개발하고 외화가득을 위해 새로운 모험적 사업을 세우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사회·경제적 상황은 아직 복잡하나 91년 중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를 경험했다.』
보 반 키옛베트남 총리는 작년 12월 정기국회의 개막연설에서 『92년도의 수출은 91년보다 22% 늘려 잡고 있다』고 밝혀 올해 베트남의 경제를 비교적 낙관했다.
베트남은 올해 GNP 4%, 농업생산 3.3%, 공업생산 6%증대를 목표로 하고있다.
베트남의 경제개발전략은 한마디로 시장경제로의 전환이다. 『사회주의를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경제를 도입한다』는 게 베트남관리들의 공통된 발언이다.
이른바 베트남식 사회주의의 논리인 것이다.
베트남은 최근 동구권의 변화를 의식, 내부체제정리를 눈에 띄게 강화하고 있으며 작년6월 제7차 공산당전당대회에서 당서기장과 다수의 정치국원을 교체하면서 공산당 일당독재를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개혁은 보다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반체제세력이 지식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형성돼있으나 일반인에게는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언론은 비교적 자유로우며 때로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고 있다. 오랫동안 외세에 시달려온 이 나라 국민들은 프랑스와 미국을 30년에 걸친 전쟁 끝에 물리쳤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긍지와 강력한 비밀경찰이 반체제 세력의 확산을 막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의 경제개혁은 지난86년 황폐화된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6차 전당대회에서의 결의에 따라 시작됐다.
이른바 도이모이(쇄신)정책이 그것이다.
베트남은 이때부터 중앙집중식 계획경제를 다원화된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키로 하고 중공업위주의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식품및 소비재부문과 수출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87년 말 외국인 투자법을 채택했으며 민간기업의 육성을 위해 민간기업법을 만들었다.
베트남은 국제수지와 균형·물가안정·국민생활수준의 향상 등을 가시적인 경제개혁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베트남은 이어 작년 초 제7차 전당대회에서 「2000년 경제사회안정과 개발전략」을 마련, 2000년의 달성목표들을 제시했다.
90년에 대비시킨 2000년의 전망을 보면 국민소득 2배(4백달러), 식량증산 2.5배, 전력 2.5∼3배 확충 등이다.
2000년 개발전략은 북의 하노이∼하이퐁과 일부항구, 중부의 다낭, 남부의 호치민∼봉타우와 비엔호아 등 3개 지역을 경제발전의 핵으로 삼고 있으며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세부적인 산업정책을 포함하고있다.
베트남은 이 같은 정제개발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을 갖춘 외국기업의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도안 녹 봉베트남 상공회의소회장은 이와 관련, 『안보와 국방분야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외국의 투자자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외국의 투자비율은 상한선이 없으며 하한선만 30%로 정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은 합작회사의 대표에 외국인이 앉을 수 있도록 하고있으며 법인세는 15∼25%로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다.
특히 정부가 육성하는 산업은 법인세가 10∼15%로 돼있다. 정부의 육성업종은 국내자원을 많이 활용하고 고용을 많이 하는 산업, 생산량의 80%를 수출하는 경우, 산간 등 미개발지역에 투자했거나 고급기술업종 등이다.
또한 88∼92년에 투자하는 경우 일단 육성대상업종으로 인정한다. 수입을 대체하는 산업도 수출기업과 똑같은 세제·금융상의 혜택을 주고 있다.
외국기업이 투자하면 보통2년간 세금을 안받고 그후 3년간 50%만을 받으며 정부육성업종은 4년간 면세, 4년간 50% 세금납부 등 최고 8년까지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토지는 국가소유이므로 재무부가 정하는 임차율에 따라 20년의 장기임대가 가능할 뿐 외국인의 소유가 불가능하다. 단 공단은 50년까지 빌릴 수 있으며 그 이상의 연장도 가능하다.
토지임대비용은 호치민·하노이 등 도심지역의 경우 평방m당 연간 18달러, 외곽지역은50센트 수준이며 그 밖의 사무실은 국가 또는 민간소유주와 별도의 계약을 해야 한다.
외화의 과실송금은 합법적이고 출처가 분명할 경우 자유롭지만 1천만달러이상은 5%, 그 이하 5백만달러까지 7%, 그 이하는 10%의 송금세를 내야한다.
베트남에 대한 외국기업의 투자를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은 베트남국민들이 오랜 외침에 시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호치민 시내 전쟁기념관에는 베트남전쟁당시 미군의 잔학행위 사진 등이 전시돼 있으며 한국군의 상륙장면도 한 귀퉁이에 들어있다.
그러나 기념관측이 발간한 안내책자에는 「베트남국민들은 독립을 지지해준 진보적인 미국인들에게 감사한다」고 적어놓고 있다.
호 디 훙 호치민 상의회장은 한국군의 참전사실에 대한 베트남의 인식을 묻는 기자에게『과거는 잊는게 좋다. 베트남과 한국은 역사·문화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으며 한국의 경제개발은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호치민 시내 상점에 근무하는 루이 판양은 이와 관련, 『한국군은 미군의 일부로 베트남전쟁에 참여했으며 한국의 뜻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베트남에 진출한 종합상사의 관계자는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좋고 국민성도 너그럽고 개방적이지만 과거를 잊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이모이의 가시적인 성과는 베트남이 식량의 자급자족은 물론 세계 3위의 쌀 수출국이 됐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88년까지는 연간1백만t의 식량을 수입해왔으나 89년부터 1백50만t의 쌀을 수출하고 있다.
90년의 무역규모는 전년보다 21.3% 증가했다.
베트남은 공업발전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민생활의 향상을 위해 농업과 자원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베트남국가계획위원회의 부녹 수안부국장은 『중공업발전은 석유관련사업에 중점을 두고있으며 농림수산업과 관련된 제조업에 큰 비중을 두고있다』며 『시멘트·전자·기계분야도 중점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치민시=글 길진현 사진 장남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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