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법원이 손댄 사회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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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집권당사론 처음… 3시간동안 뒤져/정치자금 불법조달사건 뇌물행방 추적
프랑스 집권사회당의 정치자금 불법조달의혹을 수사중인 한 판사가 지난 14일 파리에 있는 사회당중앙당사에 대한 전격적인 수색을 실시,프랑스정계에 엄청난 파문이 일고있다.
집권당당사가 사법당국에 의해 수색을 받기는 프랑스정치사상 초유의 일이다.
프랑스 중서부 렌 지방법원 상고심 판사인 르노반 뤼메크 판사는 지난 14일 오후 자신이 발부한 압수 수색영장에 근거,파리시내 솔페리노가 10번지에 있는 사회당본부당사 사무실을 3시간에 걸쳐 수색했다.
사회당당사 수색에 앞서 뤼메크 판사는 이날 오전,정치자금 중개 의혹을 받고있는 건설용역회사인 사즈사에 대해서도 수색을 실시,5상자분량의 서류를 압수하는 한편,전날에는 렌지방 사회당당사에 대해서도 수색을 벌여 이 지방 사회당 전간부 2명을 수회와 공금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프랑스 사회당의 도덕성에 중대한 타격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불법 조달의혹은 지난 90년 6월 렌과 같은 지역에 있는 르망시에서 발생한 공사장 인부 2명의 실족사사고가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사고를 조사한 르망지방법원의 티에리 장 피에르 예심판사는 르망시가 발주한 공공건물 공사장에서 발생한 이 사고가 공사장의 안전조치 미흡때문에 일어났으며 그 이유가 공사수주를 둘러싼 뇌물수수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뇌물의 행방을 쫓던 장 피에르 판사는 때마침 들어온 제보를 바탕으로 사회당의 정치자금 불법조달문제를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했다.
그 결과 건설공사수주와 관련,위르바·사즈라는 두 건설용역회사가 중개역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지난해 4월 파리에 있는 위르바본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그는 그날짜로 형사소송법절차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직무해임돼 당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었다.
장 피에르 판사의 해임으로 흐지부지되는 듯하던 사회당의 정치자금불법조달 폭이 이번 사회당본부 수색으로 되살아나면서 앞으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장 피에르에서 뤼메크 판사로 이어지는 프랑스 젊은 법관들의 집권당 정치자금조달 진상규명 노력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꼴로 결국 끝나고 말 것인지 귀추가 크게 주목되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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