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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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육부는 올해 교육정책 기본방향의 첫번째 목표를 통일대비교육으로 정하고 남북교육교류와 함게 교과과정내에 통일교육내용을 포함시키는 방법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육이란 한마디로 분단된 조국의 현상황을 올바르게 인식시킴으로써 남북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하고,나아가서는 통일에 대한 실천적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그러나 분단 47년동안 지속돼 온 우리의 교육 현실은 통일에 대한 명확한 목표설정과 타당한 교육내용 및 학습방법 등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게 사실이다.
우선 학교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제시해 주는 교육과정에서도 통일교육관련부분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반공교육」또는 「체제경쟁지향의 이데올로기 비판교육」이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통일교육과 관련되는 용어들조차 확실한 구별없이 마구 사용됨으로써 적잖은 혼란을 빚고 있다. 예컨대 이념교육,민족교육,이데올로기 비판교육,통일안보교육,반공교육,국민정신교육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존의 통일교육이 지나치게 단선적이고 감정적이라는 점이다. 북한주민의 생활에 대한 교과서를 분석한 한 연구논문을 보면 북한관련 내용들이 한결같이 부정적으로 기술돼 있다고 한다. 즉 북한주민들은 상대할 수 없는 무서운 사람들이며 북한은 공산당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기계적 인간을 만드는 획일적 사회,그리고 도덕과 윤리가 존재하지 않는 비인간적 사회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통일의지를 길러주기보다는 통일에 대한 두려움이나 비관적 인식을 고취시킬 우려가 더 많다는게 교육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교육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통일교육은 북한공산주의에 대한 과학적 인식능력과 비판능력,이질화된 남북문화에 대한 균형감각,통일문화 창조로 민족의 이익과 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독이 통일직전까지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국사와 세계사교과서의 저자·출판사대표들을 모아놓고 1년에 1백여회 세미나를 열고,『독일의 영광』이라는 교육용 영화를 제작,중·고생들에게 보여준 전례를 우리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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