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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상 극적 타결 … 우리은행 박해춘 체제 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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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해춘 우리은행장이 29일 취임식을 했다(左). 노조 반발로 예정일(27일)보다 이틀이 늦어졌지만(中). 28일 밤 노사협상 타결로 이날 취임식에서 마호웅 노조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받았다(右).

'박해춘호(號)'가 29일 닻을 올렸다. 노조의 출근 저지로 발이 묶였던 박 행장은 전날 밤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날 취임식을 하고 정상 행보를 시작했다.

박 행장은 취임식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우리은행의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성장보다 안정'을 택했다. 우려되는 부실 가능성을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40조원 넘게 자산을 불렸다. 업계 1위인 국민은행이 늘린 자산이 10조원인 것과 비교하면 네 배나 많다. 급격한 자산 증가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체중이 급격히 불어나면 온갖 병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 행장은 연체.부도 등 각종 위험이 늘어날 것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리스크(위험)와의 전쟁' 선포인 셈이다. 그는 "외형 성장보다 각종 부실을 예방하는 데 신경 쓸 것"이라며 "이를 위해 리스크 관리본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금융계의 코뿔소' '구조조정의 전도사'라 불리는 박 행장은 자신에 대한 노조의 우려도 풀어줬다. 그는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비춰지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내비쳤다.

박 행장은 "내가 마치 해고 전문가처럼 불려온 게 우리은행 임직원들에게 부담이었다"며 "우리은행은 지난 10년간 계속 인적 구조조정을 해왔기 때문에 추가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석부행장 제도도 없애겠다고 밝혔다. 직접 업무를 챙겨 보다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의미다. 임원 인사도 스스로 처리해 업무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계산도 담겨 있다.

LG카드 사장을 역임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카드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1400만 명에 달하는 고객과 전국적인 영업망을 활용하고, 카드 디자인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주까지 사장으로 있던 '친정' 격인 LG카드와 신한지주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그는 "우리은행이 시장을 잘못 판단해 LG카드를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결국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신한지주에 뺏기고 말았다"면서 "내정자 신분으로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이 우리카드의 현황과 장단점에 대한 분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와의 양해각서(MOU)도 손질할 의사를 밝혔다. 예금보험공사와의 MOU에 대해 "숫자를 규정하는 식의 MOU는 시장 대응력을 떨어뜨린다"며 "2분기에 새로운 MOU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행장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관도 많다. 노조와의 타협은 이뤄냈지만 '낙하산 인사'라는 직원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려야 하고, 다음달로 예정된 임원 인사 등 조직 내부를 정비하는 일도 시급하다. 박병원 신임 회장과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추느냐도 그가 당장 풀어야 할 과제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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