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악재투성이 분위기 “어수선”/자금규제설·분규등 「내우외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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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신당 창당선언과 함께 9일 서울 계동 현대그룹사옥 12층의 사무실을 비우고 서울 서대문 서진빌딩의 당사로 옮겨버린 뒤 현대그룹은 어수선한 분위기다.
현대 42개 계열사의 임직원들은 정 전명예회장의 현실저항적 정계진출과 정치헌금폭로에 뒤이은 계열사의 주가폭락,현대에 대한 자금규제설 등으로 그룹전체가 회오리에 휩싸이자 일손을 못잡고 현대호의 향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여기에다 주력기업인 울산 현대자동차가 한달째 계속되는 노사마찰로 생산·수출중단 상태에 빠져 내우외환이 겹쳐졌다.
현대측은 특히 정씨의 대정부 도전적인 정치행보로 대규모 정부사업입찰에서 불이익을 받지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대가 올해 참여하고자 하는 대형사업은 8천억원에 이르는 전동차입찰,5억달러어치의 LNG선 입찰,각종 도로·항만공사 등 상당히 많은 실정이기 때문이다.
또 방북등 현대의 북방사업에서 핵심이었던 정씨와 이명박 전 현대건설 회장이 동시에 정계로 빠져나가 북방사업진출의 지연도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다.
정주영씨는 창당과 총선 등으로 인해 최소한 몇달간 현대에의 관여가 불가능해져 아우인 정세영 그룹회장이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경영체제가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정세영 회장은 3∼4일에 열렸던 그룹경영전략세미나를 주관하며 독립채산제에 의한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부재에 따라 정세영 회장과 정몽구 현대정공 회장·이춘림 현대종합상사 회장·이현태 그룹종합기획 실장·정훈목 현대건설 신임회장 등 5명의 회장단운영위 기능이 강화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분규수습을 위해 관리전문가인 박병재 부사장을 울산 공장장에 10일 발령한 것도 정세영 회장의 작품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측은 그러나 지난해 현대가 내수·수출에서 34∼36%나 되는 고도성장을 기록하는등 관련 업종의 상황이 좋아 북방사업등 사업전반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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