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졸 채용 30%이상 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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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구직자들이 취업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전년보다 확 줄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100인 이상 고용기업 709개를 대상으로 채용 전망을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 예상 규모가 지난해 실적 대비 21.4% 감소할 것으로 집계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이는 2003년(27.2% 감소 추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들의 채용 예상 규모는 ▶2004년 -17.8% ▶2005년 +8.4% ▶2006년 -2.7%를 기록했었다. 경총은 올해 기업들의 채용 위축에 대해 "환율 하락, 원자재 가격 급등, 대선 정국으로 인한 정치.경제 불안 요인 심화 등 대내외적인 악재 탓에 경기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어둡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대졸 이상 학력자 채용 규모는 30.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경총이 대졸 학력자를 따로 구분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졸 이하 채용의 경우 올해 10.4%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과 비(非)제조업이 각각 24.4%, 16.8% 줄어들고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7.2%, 32.4%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가 취업 포털들의 취업시장 전망치보다 훨씬 나쁘게 나온 것에 대해 경총 강병열 전문위원은 "취업 포털들의 설문조사는 상대적으로 우량 기업에 많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79년 시작된 경총의 채용 전망 조사는 통계청의 승인을 받은 공식 통계다.

기업들은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신입직은 63.5%, 경력직은 36.5%를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직 채용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8.6%포인트 증가했다. 경력직 채용을 원하는 기업이 늘어난 것과 관련, 경총은 "신입으로 채용할 경우 이들을 재교육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며 "대학 교육이 기업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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