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BDA 북한 자금, 러시아가 해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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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돈이 송금될 '제3국 은행'은 어딜까.

BDA에서 풀려난 북한 돈이 중국은행(BOC)의 자금 이체 거부로 BDA를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제6차 6자회담이 표류했다. 결국 22일 휴회에 들어갔다.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이 제시한 방안은 회담 재개까지 1~2주 동안 북한 돈을 BOC를 경유해 제3국의 은행으로 보낸 뒤 북한이 찾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BOC 측에 불이익이 없도록 보증을 해주고 제3국 은행과의 교섭은 북한이 맡도록 했다. 문제는 북한이 과연 어느 나라의 은행을 찾아 송금 문제를 마무리 짓느냐는 것이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우선 북한과 긴밀한 정치적 관계에 있는 러시아 은행을 찾는 방안이다. 6자회담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이 이미 러시아.몽골.베트남의 은행을 거론해 북한으로서도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카드다. 미 재무부 스튜어트 레비 테러.금융 담당 차관이 지난해 7월 한국.베트남.일본.싱가포르를 순방, BDA 사건에 대한 협조를 당부했기 때문에 베트남은 현실적으로 북한 돈을 받아주기 어려운 형편이다. 몽골도 운신의 폭이 좁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 측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러시아가 시장경제를 지향하지만 금융거래는 여전히 투명하지 못하다"며 "러시아가 대국적 행보를 보이면 의외로 BDA 문제가 숨통을 틀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북한의 요청에 러시아 재무부가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마지막 고비를 넘어야 한다.

또 다른 방안은 개성에 진출한 한국의 은행을 이용하는 것과 미 재무부가 제3국 은행에 대해 특수 사례로 인정하는 서면 보증을 해주는 방안이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을 통한 송금은 ▶이 은행에 북한 계좌가 없고 ▶환거래 계약이 체결 안 돼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가 제3국 은행까지 보증하는 문제도 북핵 해결이 순탄하지 못할 때 돌아올 정치적 부담이 커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 해법에 북한과 나머지 참가국들의 눈길이 모이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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