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우모자 아프리카 열정, 날 것 그대로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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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얼마나 시끌벅적하기에 …

뮤지컬 '우모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만들어졌다. 4월5일부터 열흘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이 세 번째 내한 공연이다.

세계 공연계의 중심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선 2001년 샤프츠베리 극장이란 조그마한 공연장에서 초연됐다. 처음엔 "웬 아프리카 뮤지컬?"이란 호기심에 관객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러나 40명의 건장한 흑인 남녀가 무대를 꽉 채운 채 아프리카 민속춤부터 스윙재즈까지, 지칠 줄 모르고 열기를 뿜어내자 객석은 뜨거워졌다. 발로 바닥을 두드리고, 드럼 소리는 천장을 울리고, 관객은 소리치고…. 결국 극장 인근 주민들은 이 소란스런 공연에 견디다 못해 신고를 해 '우모자'는 한때 '공연 중지 명령'을 받는 우여 곡절을 겪기도 했다.

샤프츠베리 극장의 성공에 힘입어 '우모자'는 최고 중심가에 위치한 뉴 런던 극장에서 21년간 공연된 '캐츠'의 바통을 이어 받아 공연됐다. 이후 호주, 덴마크, 네덜란드, 일본 등 전세계로 퍼져 나가며 아프리카의 새로운 문화 콘텐트로 자리잡았다.

#날 것 그대로

'우모자'는 '모두 함께하는 정신'이란 뜻의 아프리카 말이다. 작품은 원시 부족사회에서부터 아파르트 헤이트(인종분리)의 세월을 지나 오늘의 이르기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극적 짜임새보단 사회자에 의해 장면 하나하나가 소개되는, 에피소드식으로 진행된다. 연극적 완결성을 기대했다간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우모자'의 매력은 리듬감에서 나온다. 쇠사슬에 묶인 채 자유가 속박된 탄광촌 노동자들. 그러나 부츠를 두들기면서 그들은 서로의 의사를 전달하고, 이 두들김은 묘한 리듬감으로 변화해 '검부츠 댄스'라는 형태로 진화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딱히 놀 게 없기에 빈 깡통을 발로 찰 뿐이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깡통은 차고 때리면서 여기에 음악성이 가해진다. 탄압과 고통의 순간에서도 어떻게 문화와 음악이 탄생될 수 있었는가를, 이 작품은 설명이 아닌 생생한 일상을 통해 설득력 있게 재현해 낸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날 것 그대로가 가지는 진정성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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