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상장' 뒤가 안좋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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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코스닥 상장기업 오토윈테크는 지난해 초 '욘사마' 배용준 씨와 일본 정보기술(IT) 투자그룹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주력사업은 기존 '정보기술(IT)'에서 '연예기획'으로, 사명은 '키이스트'로 바뀌면서 과거 주당 300~400원에 불과하던 주식이 지난해 4월 8만8700원까지 급등했다. 소위 '욘사마' 효과였다. 당시 우회상장으로 성공한 대표적 기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26일 현재 이 회사의 주가는 6790원으로 급락한 상태. 배용준씨가 인수하기 전인 2005년 48억여원에 불과하던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133억원으로 확대됐다.

우회상장 기업들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열 곳 중 한 곳 이상이 최근 2년 새 우회상장을 통해 시장에 진입했지만 대부분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5년과 2006년 2년간 우회상장 전력이 있는 코스닥 상장사는 103개로, 전체 상장사 973개의 10.6%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우회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 99개사의 2006사업연도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77.8%(77개사)가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흑자 기업 22개사 중 7개사는 영업이익이 급감세를 보여 실적개선 기업의 비중은 더욱 적었다. 때문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해 6월 우회상장에 대해 정상상장에 준하는 건전성을 요구하는 규제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규제책 도입 뒤 우회상장한 레드캡투어 등 7개사 중 영업실적이 개선된 곳은 케이비씨와 리노스 등 두 곳에 불과하다.우리투자증권 이윤학 부장(경영학박사)는 "우회상장은 성장동력이 고갈된 상장기업을 유망 비상장사와 결합해 활로를 터주는 긍정적 기능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머니게임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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