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댓가 무역적자 키웠다/올해 물가를 분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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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급 달리는 농축산물 “수입 땜질”/도­소매 상승 격차… 물가구조 변화
물가오름세와 국제수지악화는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에서 비롯된다.
소비주도의 성장패턴에서 수급불균형에 의한 물가상승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막기 위해선 수입확대가 필요하다.
이 「조합」을 어떻게 짜느냐는 선택의 문제겠으나 정부는 올해 한자리수물가를 지키기 위해 사상최대의 무역수지 적자를 선택했다.
그래도 올해소비자물가는 9.5%로 10년래 최고수치를 기록했으며 그 사이 국제수지는 11월까지 경상수지기준 98억3천만달러적자를 냈고 연말에는 95억달러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8.6%의 경제성장,이를 웃도는 9%의 민간소비증가율,12.3%의 건설투자 증가율속에 나타난 결과며 이는 연간 18.8%의 통화공급,총액기준 16%를 웃돈 임금인상으로 뒷받침(?)됐다.
이런게 바로 「실속없는 성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올해 물가구조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소비자물가와 도매물가의 현격한 괴리다.
연초 7∼8%로 계획했던 도매물가상승률은 3.1%상승에 그쳤다.
그럼에도 소비자물가는 계획치를 웃돌았다. 이른바 수입인플레가 심화되는 때를 빼놓고는 어느나라나 대체로 소비자물가가 도매물가보다 다소 높게 오르는게 상례지만 최근 우리의 경우처럼 그폭이 크지는 않다. 우리의 물가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같은 격차확대는 도매물가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서비스요금이 큰 폭으로 뛰고 있고 인건비·유통비용·임대료 등이 소비자물가에 민감하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꾸로 말해서 「사람값」이 비싸지는 추세가 어느정도 자리잡고 도로체증이나 상가임대료상승이 완화되지 않는한 이같은 격차는 쉽게 가시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최근의 물가오름세는 기본적으로 소비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86∼88년 연간 12∼13%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높아진 소득수준은 소비욕구의 증대로 나타나 89년부터는 민간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웃돌기 시작했다. 성장·소비의 격차가 다소 좁혀지고는 있지만 내년에도 민간소비(8%)는 경제성장률(7%)을 웃돌 것으로 경제운용계획상 잡혀져 있다.
이는 국제수지 악화로 이어져 올해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10.5%의 수출 증가율(통관기준)이 결코 낮은게 아님에도 수입증가율(17.2%)이 이를 훨씬 웃돌아 무역수지를 악화시킨 결과를 빚어냈다.
이같은 물가구조는 정부의 강력한 임금안정방침과 도로등 사회간접자본확충의 속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단기간내에 개선을 기대키는 힘들다.
올해 그나마 한자리수로 물가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개인서비스요금에 대한 세무조사·위생검사로 대표되는 이른바 「행정지도」와 당초목표를 훨씬 넘어 수입해 들여온 쇠고기(8만4천t→11만5천t)등 농축산물의 수입증가,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원유등 해외원자재가격의 안정에 힘입은게 사실이다.
이같은 플러스요인들은 전반적인 자율화추세와 지방자치 사회간접 자본투자재원확충 등에 따른 각종 공공요금의 현실화,국제수지개선을 최우선과제로 삼음에 따른 수입확대에 대한 보다 엄격한 관리와 환율상승으로 인한 수입물가상승,경기회복에 따른 원자재가격상승 등으로 내년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여기에 4대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내년도 물가안정의 관건은 정부가 말해온 이른바 총수요관리에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과 재정을 더욱 바짝죔으로써 내수경기를 적정수준으로 억제해야 임금을 안정시키기 위한 경제·사회적합의여건도 마련될 수 있으며 물가·수지도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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