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송가」(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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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악성으로 불리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은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완전하고도 위대한 음악작품으로 꼽히는 곡이다.
4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곡은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에서 들려오는 듯한 장려한 소나타형식의 제1악장으로 시작되어 빠른 템포의 제2악장,잔물결과 같은 현의 아름다움이 흐르는 제3악장을 거쳐 마침내 거센 폭풍우를 연상시키는 제4악장에 이른다.
음악애호가들은 흔히 이 4악장 때문에 『합창』교향곡의 위대성이 더욱 돋보인다고들 말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 4악장의 가사는 괴테와 함께 독일문단의 양대산맥으로 일컬어지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다.
『환희여,찬란한 신의 불꽃 낙원의 처녀여,우리들은 그 환희의 불길에 취해 너의 드높은 성전으로 발을 딛노라.』
이렇게 시작되는 「환희의 송가」는 인류에게 희망과 환희를 안겨주는 내용으로 일관돼 있어 『합창』교향곡은 새해를 눈앞에 둔 세밑공연의 가장 뜻깊은 레퍼터리로 줄곧 등장해 왔다.
4악장은 바리톤가수의 독창으로 시작되어 웅장한 합창으로 이어지고 다시 네사람의 독창자가 차례로 『모든 사람들이여,서로 손을 잡고 온누리의 축복을 받자』고 노래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장대한 2중 푸가(윤창)의 클라이맥스는 특히 압권이다. 『온 인류여,서로 포옹하라. 그리고 온 세계에 이 포옹의 키스를 보내라. 형제들이여,저 별빛 빛나는 하늘에는 자비로운 환희의 신이 있나니.』
클라이맥스의 가사는 이렇게 돼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화해정신의 표현이다. 오늘 이 시점에서 그 대목이 특히 가슴에 와닿는 까닭은 이제 이 지구도 고통없고 평화로운 화해의 시대로 한걸음씩 내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베토벤은 『음악은 종교와 철학보다도 위대하다』고 말한바 있었다. 시와 음악의 가장 이상적인 조화라고 불려지기도 하는 『합창』교향곡은 그렇기 때문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이 시점에 꼭 들어맞는 음악일는지도 모른다.
KBS교향악단과 서울시립합창단은 28일에 이어 30일에도 예술의 전당에서 『합창』교향곡의 연주를 갖는다.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다가오는 새해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으리라.<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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