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못가는 의사·간호사, 이상한 FTA 협상

중앙일보

입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종 협상마감 시한을 닷새 앞두고 26일부터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양국 통상장관급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는 사실상 30일 협상 타결을 위해 열리는 최종 담판전의 성격인 만큼 의료계의 관심도 큰 편이다.

특히 이미 의견 접근을 본 전문직 상호자격 인정(MRA)과 의약품 특허기간 연장, 독립적 이의기구 설립을 비롯해 막판 쟁점으로 남아 있는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신약 자료독점권, 최저가 보장 등의 논의 방향이 주목된다.

◇비자쿼터 없는 전문직상호인정=전문직 자격 상호인정은 사실상 양국 간 합의를 봤다. 이미 지난달 김종훈 한미 FTA 수석대표는 “양측은 전문직자격 상호인정 협의를 위한 작업반 구성 및 운영계획에 대한 문안에 합의했다”면서 “FTA 발효 직후 작업반을 설치하고 1년 내 논의 개시, 2년 내 논의결과를 공동위원회에 보고하는 운영계획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전문직 비자쿼터다. 전문가들은 전문직 비자쿼터가 없으면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직 자격을 서로 인정해주더라도 국내 의사들의 미국진출이 사실상 힘들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측 협상단 관계자는 “전문직 비자쿼터의 경우 이번 협상 의제에서 빼고 FTA 체결 후 출범하는 ‘전문직 상호인증협의회’에서 미국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 협정문에서는 전문직 비자쿼터를 명시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캐나다와의 FTA에서 쿼터 제한을 완전히 없앴고, 멕시코와는 5500명, 칠레에 1400명, 싱가포르 5400명 등 전문직 비자쿼터를 인정했다.

◇“독립적 이의기구, 힘 없다”=국내 제약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측 협상단은 미국 오리지널 약품에 대한 특허기간 연장과 의약품 보험 등재시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 설립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 특허기간은 현재 20년에서 최대 3년 이상 연장되는 효과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신약에 대한 심사나 승인 등 특허신청에 걸리는 시간(최대 3년)을 전체 특허기간에 포함했지만, 앞으로는 별도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험의약품을 등재하기 전에 제약사가 이의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적 이의신청기구도 설치된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이의신청 기구는 보험의약품의 경제성 평가 등 등재과정에서 이해 관계자들에게 일정한 이의신청 기회를 주는 것이 외국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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