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회장 "세계적 교회음악가 탄생 바라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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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左) 두산중공업 회장이 백남용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에게 자신이 수집한 음악CD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용성(67) 두산중공업 회장은 한 해의 절반 가량을 해외에서 보낸다. 2005년 '형제의 난'이 일어나기 전에는 매년 150여일 동안 해외출장을 다녔고, 올들어 사면과 경영일선 복귀의 와중에서도 집에 머문 기간은 보름이 채 안된다.

이처럼 바쁜 해외 일정 속에서도 박 회장은 음반가게 찾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관심 분야인 클래식 음악과 교회음악 CD를 틈만 나면 사다 모았다. 1982년부터 25년 동안 그렇게 모은 CD가 어느새 6000여장에 달한다.

박 회장이 이처럼 애지중지하는 음악CD 수집품 전부를 대학에 기증했다. 두산중공업은 박 회장이 CD 6000여장을 지난달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에 기증했다고 25일 밝혔다.

박 회장은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장인 백남용 신부와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CD를 기증하게 됐다"며 "종교음악의 학술적 연구에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 CD를 통해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크리스천 뮤지션들이 많이 양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CD 6000여장을 구입 가격으로 따지면 1억2000만원 정도. 대기업 오너의 기부금이라고 치면 많지 않은 액수지만, 수집하기 까지의 정성과 희귀성을 감안하면 가치를 쉽사리 매기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박 회장은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반과 교회음악 음반 가운데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것을 메모해뒀다가 독일 등 유럽의 음반가게에서 사 모았다고 한다. 일반 클래식 음악 뿐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조반니 피에를루이지 다 팔레스트리나, 후기 르네상스 다성음악의 정점을 이룩한 올란도 랏소 등 저명한 교회음악 작곡가의 작품들이 수두룩하다. 발매가 중단돼 구하기 힘든 희귀 음반도 적지않다.

가톨릭대 박래숙 교수는 "바로크 시대 이후의 음반은 시중에 많지만 그 이전인 르네상스 시대의 교회음악 음반은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이런 희귀 음반들을 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 대학원은 이 CD들을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목록을 분류하고 추가로 음반을 구입하는 한편 음악감상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조만간 빛을 볼 박 회장의 컬렉션이 또 있다. 박 회장은 출장길에 카메라는 반드시 챙기는 사진 애호가이기도 하다. 외국과 국내의 여러 성당을 성당들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머리도 식힌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박 회장이 성당 사진들을 모아 사진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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