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소련과의 대결 끝났다”… 각 공화국 적극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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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르바초프 퇴장이후/미의 대모스크바정책
미국은 26일 국제정치무대에서 소연방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공식 인정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 대통령의 공식사임과 때맞춰 러시아를 구소련의 계승국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새로운 대소련권정책을 정리,발표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날 밝힌 정책의 골자는 우선 핵전쟁의 위협속에서 소련과 대결해온 시대가 끝났다는 점이다.
동시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가 해체된 소련을 대신해 국제무대에 등장했음을 현실로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구소련이 차지했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승계를 지지하며 옐친 대통령과도 가까운 장래에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고 밝혔다.
국제무대에 새로 등장하는 러시아와 옐친 대통령의 입지확보를 위해 물심양면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시사라 아니할 수 없다.
미국이 러시아에 이같이 강력한 지위를 의도적으로 부여하려는 것은 러시아의 잠재력을 감안하고 옐친 대통령이 보여준 협조자세로 볼때 미국의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에 동반자로 삼을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관련,소연방이 해체되고 핵무기통제권이 몇개 공화국으로 분산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앞으로 새로운 핵무기감축 협정체결이 보다 쉬워질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이미 워싱턴 정가에는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낙관이 지난주 베이커국무장관의 러시아·카자흐 등의 순방과정에서 모종의 획기적인 핵감축계획에 대한 사전교감이 충분히 이루어진 점을 배경으로 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히려 러시아등 구소련의 경제상황악화를 심각히 우려하면서 지금까지 고수해온 구소련에 대한 사실상의 불개입정책을 상당히 완화,가능한 적극적인 경제지원을 모색하겠다는 시사로 보여 주목된다.
이미 미국은 베이커 국무장관의 입을 빌려 「집단개입정책」을 제시해 놓고 있다. 이는 쉽게 말해 걸프전을 치렀던 방식처럼 미국도 경제상황이 좋지않으니 미국이 앞장서고 여러나라들이 지원에 참여하는 형태로 대소련권 지원문제를 매듭짓자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부시 미 대통령이 일반의 예상을 넘어 러시아·우크라이나·아르메니아·카자흐·벨로루시·키르기스 등과는 즉각적인 외교관계수립을,몰도바·그루지야등 나머지 6개공화국 마저 국가로 승인하겠다고 밝힌 점도 미국의 대소련권독립정책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매우 적극성을 띨 것으로 반증된다고 하겠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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