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채화대전 "관람유보"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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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7일부터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제1회세계수채화대전이 예술의 전당(이사장 조경희)측의 방해로 차질을 빚고 있다.
예술의 전당측은 이 전시회를 주최한 국제수채화연맹(총재 이강주)이 전시작품가운데 북한 및 조총련계 작가들의 복제품 30여점을 함께 전시하자 「관람유보」라는 기이한 조치를 내세워 이들 미술품이 전시된 미술관 2층에 의자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전기를 꺼버렸다.
예술의 전당측은 지난달12일 국제수채화연맹과 대관계약을 했는데 전시 개막전날 연맹측이 북한 복제품을 함께 전시하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이들 복제품을 철거하지 않으면 대관을 취소하고 전시장을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연맹측이 전시를 강행하자 개막일인 17일부터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
○…이에 이총재는 지난10월『이들 복제품에 대한「이적성심의」를 문화부에 질의했으나 문화부는「복제품에 대한 이적성 판단은 문화부소관이 아니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히고 『전시회를 막을 법조항이 없으면서 무작정 전시회를 막으려 하는것은 문학행정의 횡포』라고 강조했다.
이 세계수채화대전은 세계1l개국 작가 3백82명의 작품이 전시된 최초의 대규모 수채화전으로 지난8월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울산·마산·대구등 5개 도시에서 이미 순회전시됐다.
이 대전은 8월 전시부터 북한 복제품 전시여부로 당국과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당국은 첫 전시때부터 「문학부의 이적성 심의」를 요구하며 복제품의 전시를 막아왔으나 문화부의 회신결과에 따라 지난달22∼30일의 대인전시회때는 아무런 말썽없이 복제품을 전시했었다.
그러나 이번 서울전시에서는 예술의 전당측이 『복제품은 미술품이 아니다』『국제적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워 무작정 전시를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예술의 전당 노동조합은 18일『예술의 전당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문화부는 더이상의 월권과 간섭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예술의 전당은 지난4월 「반아파르트헤이트전」(반인종차별전)때도 전시작품의 일부를 제외시키고 전시명칭도「국제미술전」으로 바꾸는등 세계순회전시회를 축소·왜곡시켜 미술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었다.<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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