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못한 후보자도 모두 고귀하고 감동적인 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세상에 효항의 기준이나 척도는 따로 없다. 인륜의 비중을 잴수 있는 기준이 따로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여기 효행상 심사에 오른 효행의 행적들은 어느것 하나 감동 아닌 것이 없고, 고귀한 삶 아닌것이 없었다. 그런 가운데 대상을 고르고, 가상을 가려내는 일은 우선 당사자들에게 송구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미술문화재단은 벌써 17년째 효행상 수상자를 심사하면서 몇가지 불문의 덕목을 존중해 왔다.
첫째, 효행은 그 방법에 있어서도 인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풍양속과 상식을 벗어난 효행은 비록 그것이 어른을 봉양한 결과로서 돋보였다고 해도 크게 칭송할 일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 가정의 화목이다. 어른을 존중하고,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곧 가정화목의 기본이다. 그러나 오늘의 세태는 세대간 가치관의 차이, 생활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가정의 갈등을 보여주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본다. 효는 기성세대의 완고한 고집이나 강요된 규율쯤으로 생각하는 시속도 없지 않은 것이다.
셋째, 효행자의 나이와 효행의 기간도 효행의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삼을 때가 있었다.
그것은 물론 상대적인 비교지만 이왕이면 많은 기간 효행을 해온 문이 더 많은 점수를 받는다.
대충 이런 논문의 관행에 따라 올해도 서울을 비롯한 6개 직할시와 9개 도에서 선정, 추천한 효행자들 속에서 대가자와 가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대체로 일치했다. 상·중·하의 비중으로 평점을 한 결과는 전남의 정계숙여사가 전원일치의 높은 평점을 받았다. 가상의 경우는 대구의 조석교여사와 충북의 최순근여사가 높은 평점을 받았다.
원래 가상은 한분에게만 드리도록 되어 있지만 두분의 효행을 놓고 어느목이 더 무겁고, 어느목이 덜 무겁다는 저울질을 하는 것은 그분들의 후덕한 행적들에 비추어 도리를 벗어나는 일로 생각되었다. 심사위원들 모두가 그런 판단에서 올해는 두분 모두에게 가상을 드리기로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